‘장관·비례대표 의원 겸직’ 논란에 휩싸였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후보자가 물러난 것은 처음이다. 각종 논란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던 용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사퇴 권유와 여론 악화 등에 부담을 느끼고 지명 2주 만에 완주 의사를 접었다. 브레이크 없는 지지율 하락 속에 1990년생 정치인을 발탁해 진보 진영과 청년, 여성을 다잡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개각 의도와 달리 2030의 ‘불공정’ 뇌관을 건드리며 정권 부담만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웨이’ 선언 사흘 만에 백기, 왜?
용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후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14일 만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는 이진숙(교육)·강선우(여성가족)·이혜훈(기획예산처) 전 후보자에 이어 4명으로 늘었다. 다만 용 후보자와 달리 다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지명 철회 혹은 자진 사퇴 방식으로 물러났다.
앞서 용 후보자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원과 장관직을 함께 맡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배우자가 기본소득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아온 ‘가족정당’ 의혹에 대해서도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했다. 보수 야권은 물론 여당에서도 쏟아지는 자진 사퇴론을 일축한 것이다.
그런 용 후보자가 사흘 만에 백기를 든 것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최후 통첩성’ 사퇴 권유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대표는 청와대 입장을 존중해 청문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용 후보자가 10일 청와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기자회견을 강행하면서 여권 내부 무게 추가 ‘조기 정리’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이에 지도부 등 당내 의견을 수렴한 김 대표는 전날 비서실장인 김태선 의원을 통해 용 후보자에게 “겸직이 국민 눈높이와 정서에 부합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자진 사퇴를 권했다.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인사를 스스로 철회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보고 김 대표가 결단을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용 후보자 논란 등 개각 여파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한국갤럽 38%)로 주저앉자 당이 서둘러 악재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與 내부서도 ‘인사 실패’ 비판
2018년 12월 경기도지사 집무실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가 열리기 전 용혜인 당시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운영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용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장관)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8~10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적합하다는 응답이 13%(부적합 61%)에 그친 것도 사퇴 결심을 앞당긴 배경으로 꼽힌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청와대는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 겸직 및 가족정당 논란, 두 차례나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무임승차’ 전력 등은 새롭게 드러난 의혹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장관 지명 전에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괜찮겠느냐’라는 아주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면 이번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인사검증의 기본이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인사 라인은 추천과 선정도 신중해야 하지만 검증도 철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