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원작 리메이크한 ‘인턴’
최민식·한소희 호흡으로 화제몰이
원작 기본 뼈대에 한국 정서 가미
느슨한 개연성 메운 탁월한 연기
2030 직원들로 북적이는 패션회사에 첫 출근한 흰머리의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그는 전날 밤 열심히 연습해 둔 젊은 세대 신조어를 부지런히 써먹는다. 하지만 “이미 유행 지났다”는 타박이 돌아오고, 분위기는 어색해지기만 한다. “이 세상 모든 어른들과 사이가 안 좋다”는 30대 회사 대표 선우(한소희)부터 “이제 저 어르신 눈치까지 봐야 하느냐”며 못마땅해하는 직원들까지. 기호는 이 회사에서 3개월간 사무보조 업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2015년 개봉해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한국판 ‘인턴’이 16일 개봉한다. 로버트 드니로가 맡은 배역을 최민식, 앤 해서웨이를 한소희가 맡으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 ‘인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한국 신조어, 풍경 담아…아시아 9개국 개봉

영화 ‘인턴’에서 패션회사 실버 인턴으로 입사한 기호(최민식).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37년 차 출판사 직원이었던 기호는 은퇴 후 사랑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시간을 겪는다. 아내, 자식, 친구, 동료들이 떠난 후 홀로 남은 그는 실버 인턴에 도전하고, 그가 입사한 곳은 런칭 3년 만에 패션계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가 이끄는 회사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나이 든 남성 대표와 젊은 신입 여성이라는 관행적 구도에서 성별과 나이, 위계를 반전시킨 데서 오는 긴장과 충돌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공간, 10년 새 달라진 여성들의 가치관이 더해지며 원작과는 다른 결의 영화가 됐다. 서울 도심과 작은 골목길 풍경, 남산 타워 등 한국적인 풍경이 영화 전반에 깔린다. 젊은 세대의 신조어와 기성세대의 유행어 등 한국인들이 공감할 만한 대사도 적지 않다. 이달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도영 감독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니까 서울을 배경으로 했다는 걸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며 “선우 회사 안의 소파, 의자, 조명 등 소품을 다 국내 브랜드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인턴’은 국내 개봉 한 달 뒤인 다음 달 16일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9개국에서도 개봉한다. 김 감독은 “다른 나라에서도 영화를 보게 될 거라 한국적인 모습, 풍경을 최대한 많이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인턴’에서 차츰 마음을 열게 되는 기호(최민식)와 선우(한소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무해한 할아버지’ 최민식의 완벽한 변신
선우 역시 원작의 줄스(앤 해서웨이)와는 조금 다른 여성 서사를 보여준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변화라 원작보다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다만 기호와 선우가 서로 마음을 열고 우정을 나누게 되는 과정의 개연성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은퇴자의 쓸쓸함과 인턴사원의 패기를 한 얼굴에 담아낸 최민식과, 회사와 가정이 모두 위태로운 젊은 최고경영자(CEO)의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한 한소희의 연기가 빈틈을 메운다.
이미 최정상에 선 배우들의 리메이크작 출연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원작 배우들과의 비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달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제 나름대로 도전이었다”며 “영화의 메시지가 좋아서, 부담 없이 우리 식으로 이야기를 꾸며보자 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작과의 비교가 숙명인) 이렇게 유명한 작품의 리메이크는 다시는 안 한다”며 웃었다.

영화 ‘인턴’의 기호(최민식)과 선우(한소희).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그동안 주로 장르물에서 강한 캐릭터를 맡았던 최민식은 ‘인턴’에서 무해하고 품이 넓은 할아버지로 완벽 변신한다. 그는 “(원작의) 서양 남자 특유의 세련미를 흉내내기보다는 한국 아저씨로 재해석해 원작에는 없었던 정서를 넣으려 했다”며 “기호는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가 여유롭고 넉넉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이은탁 인턴 기자 (et4312@naver.com)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