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섭의 세상 청진]
얼마 전, 아침 식탁에 달걀 프라이와 커피 한 잔을 올려놓고 잠시 멈칫했다. 달걀노른자에 콜레스테롤이 많으니 많이 먹지 말라는 옛이야기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라는 요즘의 평가가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커피도 과거엔 카페인 탓에 건강에 좋지 않은 음료라는 인식이 컸으나, 최근에는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연구 대상과 관찰 기간이 달라지고, 이전 연구에서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요인을 보완해 다시 분석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2020년 국제학술지(BMJ)에는 미국의 대규모 장기조사를 분석한 결과, 하루에 달걀 한 개 정도를 먹는 것은 심근경색·뇌졸중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유의한 관련이 없다는 연구가 실렸다. 커피도 비슷하다. 2017년 BMJ에 실린 메타분석 연구에선 커피를 하루 3~4잔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약 17%,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19% 낮은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관찰연구는 사람들의 생활을 장기간 살펴보는 방식이어서 특정 음식 하나의 영향만 떼어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커피에 관한 연구만 봐도 커피 섭취와 건강의 연관성을 본 것이지, 커피가 관련 위험을 직접 낮춘다고 보긴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건강 정보를 접할 때 연구의 맥락보단 결론에 눈이 먼저 간다.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말만 듣고 달걀을 피하다가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이야기에 다시 챙겨 먹는 식이다. 복잡한 연구 결과를 한두 문장으로 압축해 받아들이다 보니,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다.
연구 결과가 달라졌다고 해서 과거 연구가 모두 틀린 것도 아니고, 새로운 연구 하나가 최종 정답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얼마나 먹는지, 무엇과 함께 먹는지, 흡연·음주를 하는지, 운동량은 어떤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몸에 좋은 음식 하나를 더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움직이는지 돌아보는 일이다. 특정 음식이 하루아침에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듯 치명적인 독약이 되는 경우도 드물다. 달걀 하나, 커피 한 잔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러고 보니 그날 아침 식탁에서 달걀과 커피가 건강에 미칠 영향을 두고 잠시 멈칫했던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난다. 숨쉬기 운동이 유일한 신체 활동이면서 달걀 하나, 커피 한 잔이 건강에 미칠 영향을 따지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 사치인지. 그래서 내일 아침엔 죄 없는 달걀 프라이를 꿀꺽 삼키고, 동네 산책이라도 다녀오는 양심을 발휘해 봐야겠다.

[한국일보]
변태섭 의학담당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