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로비·주가조작 연관 의혹’ 김승원, 지명 20일 만에 전격 사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무실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청와대 인사검증 책임론 비상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30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청탁 의혹 등이 불거지고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임명 반대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13일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데 이어 일주일 새 두 번째 장관 후보자 낙마다. 청와대도 인사검증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깊은 고민 끝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다만, “진실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결백함을 거듭 밝혔다.

공익적 고충민원 전달이라고 했지만…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지명 직후부터 제기됐다. 여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신약 로비’ 의혹이었다. 김 후보자가 2021년 사업가 양수진씨에게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빨리 처리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양씨는 바이오 업체인 제넥셀 대표의 부탁을 받고 김 후보자에게 식약처가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김 후보자는 이를 두고 공익적 고충민원을 단순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김 후보자는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전달한 민원은 절차에 대한 불공정을 살펴봐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와 양씨, 현직 판사가 2022년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커졌다. 또 김 후보자의 민원 전달 이후 세종메디칼의 주가조작과 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제넨셀의 최대주주였던 세종메디칼은 임상시험계획 승인 전후 주가가 크게 움직였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이에 김 후보자의 민원 전달과 주가조작의 연관성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 후보자 측은 주가조작 및 상장폐지 사태는 후보자가 식약처에 민원을 전달한 지 약 9개월 뒤에 이뤄진 일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또, 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위한 모임 대표를 지낸 점도 야당의 공격 표적이 됐다. 음주운전 전력도 여론에 악영향을 끼쳤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도 김 후보자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참여연대는 15일 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의 결격 사유는 분명한 반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돼야 할 이유는 충분히 보여주지 못해 부적격하다”고 밝혔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김 후보자는 의혹 앞에서 책임으로 답해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16일 냈다.

與 청문보고서 강행 채택→ 대통령, 유보적 입장

여당이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강행 채택했지만 18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검증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사안과 지적들, 후보자가 가진 역량과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일곱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어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 국민의 삶과 정부의 성공이 우선”이라며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작은 부담이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사퇴했지만 국민의힘은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인사 검증 책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만시지탄”이라면서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통해 인사검증 라인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인사라인을 전면 개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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