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위고비 탓에 시력 잃었다”… 미국서 소송 속출

GLP-1 작용제(GLP-1RA) 기반 당뇨·비만 치료제 오젬픽과 위고비 [E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유럽과 달리 위험 경고 문구 없어
FDA 부작용 연관성 판정 인색

오젬픽·위고비·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당뇨병 치료제 탓에 시력을 잃었다며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미국인이 속출하고 있다. 위험 경고 문구 누락이 부른 결과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뒤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 발생했다며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경우가 최근 미국에서 잦아졌다고 소개했다. NAION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며 갑자기 시력을 잃는 질환이다. 손상된 시력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GLP-1 치료제와 NAION 간 인과 관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연관성 규명이 쉽지 않다. GLP-1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당뇨병과 심장질환,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을 앓는 이가 많은데, 이들은 원래 NAION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환자군이다. 노보 노디스크가 지원한 대규모 연구에서도 GLP-1 치료제가 NAION 발병 위험을 키운다는 사실의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위험성은 아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젬픽과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할 경우 NAION 발생 위험이 복용하지 않은 비교군보다 약 2배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다만 그래 봐야 절대적 발생률이 워낙 낮아 복용자 1만 명당 약 2명 정도만 NAION에 걸릴 것으로 추산되기는 했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작년 6월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한 뒤 관련 제품의 유럽 내 설명서에 경고 문구를 추가하라고 권고했다. 영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도 해당 의약품에 NAION 관련 경고나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반면 식품의약국(FDA)은 아직 관련 경고 문구를 제품 라벨에 추가하지 않았다. 2024년 말 GLP-1 치료제와 NAION 간 연관 가능성을 처음 인식한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FDA 규제를 연구하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애런 케셀하임은 WSJ에 “FDA는 약품 부작용 경고 문구 표기 필요성 판단에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약물과 부작용 사이의 인과 관계를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찾기 전까지는 FDA가 좀체 경고 표시를 하도록 제약사에 강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치료를 위해 약물이 필요한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위험보다 클 확률이 높겠지만 단순한 체중 감량 목적이라면 위험과 이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검안협회는 2025년부터 GLP-1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에게 시신경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안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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