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초대 챔피언 등극
이라크 알레야위 상대로 2-0 완승
4부 축구선수 출신…족구도 강점
대기업 생산직 대신 낯선 종목 도전
종주국 헝가리서 ‘자비 훈련’ 열정
작은 곡선형 테이블 위로 던진 ‘인생의 승부수’가 마침내 금빛으로 결실을 맺었다. 축구 선수의 꿈을 접은 뒤 우연히 접한 테크볼의 매력에 빠져 대기업 생산직 정규직도 마다한 채 선택한 도전이었다.
한국 테크볼 1세대 선수 이준석(27)의 이야기다. 이준석은 20일(현지시간)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이라크)를 2-0(12-11 12-5)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테크볼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이다.
“입상만 하자”는 소박한 목표로 대회에 나선 이준석은 꿈에 그리던 금메달에 다다르며 처음 정식 종목이 된 테크볼에서 아시안게임 남자단식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금메달 확정 순간, 이준석은 그동안 고통스러운 훈련을 함께한 팀 동료들을 끌어 안고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코트 위에 모든 것을 바쳤던 지난날의 고뇌와 설움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테크볼은 탁구와 축구, 족구를 결합한 신생 스포츠다. 대한테크볼협회는 아직 대한체육회 정식 가맹 단체도 아닐 정도로 국내에서는 생소한 종목이다.
이준석은 21세까지 K4리그(4부리그 격) 축구 선수였다. 족구를 하다가 테크볼이라는 낯선 종목을 접했는데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축구와 족구로 다져진 자유자재 양발 활용이 테크볼 코트 위에서 강력한 무기가 됐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전업 선수가 될 수 없는 구조 탓에 LG전자 생산직 계약직으로 일하며 퇴근 후 훈련을 병행해야 했다. 그러다 테크볼이 이번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을 접한 이준석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안정적인 정규직 전환 기회를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둔 후 테크볼에 ‘올인’한 것이다.
생소한 종목인 탓에 훈련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입촌조차 하지 못해 사비로 사설 연습장을 대관해 가며 훈련해야 했다.
이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비를 털어 종주국인 헝가리로 훈련을 다녀오는 등 테크볼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숱한 고난을 뚫고 오로지 테크볼만을 바라본 이준석의 노력은 나고야 코트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실 세트’ 행진을 펼쳤다.
이준석의 기세는 결승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1세트 5-9까지 밀리는 등 흔들렸지만 꺾이지 않았다. 특유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오른발·왼발을 가리지 않고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강력한 스매시와 정교한 드롭샷으로 상대를 당황케 만들었다. 세트 막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 상황마다 집중력이 빛을 발했고 전 경기 무실 세트 승리의 신화를 완성했다.
이번 금메달로 연금 점수 10점을 받은 그는 10점을 더 추가하면 연금 수령 대상자가 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10점이다. 은메달은 2점, 동메달은 1점이다.
▷테크볼은
길이 3m·너비 1.7m 테이블에서 축구공 크기의 공을 탁구·족구처럼 네트 건너편으로 보내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다. 공을 최대 세 번 터치해 상대방 진영으로 넘겨야 하며, 두 번 연속 같은 신체 부위로 터치해서는 안 된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