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종합적인 책임”… 개각 실패에 사의 표명
李 “결정 못해” 여지 남겼지만 순방 뒤 재가 전망
김현지·정진상 외 靑 경기·성남 라인은 그대로
“책임자만 바뀐다 해서 인사 시스템 변화하나”
정책실장도 공석… 3실장 등 대규모 개편 관측
용혜인·김승원 검증 실패, 지지율 하락 등 여파

강훈식 비서실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강 실장은 오늘 오전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고 수차례 말씀하신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옆자리의 강 실장을 바라보며 “비서실장께서 오늘 드디어 졸업을 한번 해보시겠다고 하신 것 같다”며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강 실장의 사의 표명을 청와대가 언론에 공개한 것을 두고 “사실상 사의를 수용하고 공식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강 실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달 30일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국면 전환을 위해 발표한 6개 부처 개각에서 2명이 자진 사퇴한 이후 여야에서 청와대 인사라인 교체론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승원 후보자는 19일 자진 사퇴한 이후에도 성추행과 추가 음주운전, 경기도당 회계부정 의혹까지 잇따라 제기되며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관급 인사를 총괄하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나선 모습이다.
경기·성남 라인은 그대로… 인사 입김 사라질까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다만 강 실장이 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해도 청와대 인사 시스템 개편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인사 추천 및 검증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여권에서도 청와대는 물론 재외공관장, 산하기관 등의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배경으로 경기·성남 라인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김 실장과 정 전 실장은 물론 청와대 인사라인에 속한 김용채 인사비서관과 전치영 민정비서관 등 경기·성남 라인은 자리를 보전한 셈이 됐다. 강 실장이 최종 인사 책임자라는 명분으로 홀로 밀려나게 된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강 실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인사 참사 책임을 비서실장 꼬리 자르기로 덮으려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출신 한 여권 관계자는 “경기·성남 라인 인사들이 앞으로도 인사 과정에 입김을 행사한다면 강 실장의 사의 표명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도 이 대통령의 인사 기조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방 당일 사의 공개… 김용범 전 실장 공백도 못 채워
청와대의 핵심 참모가 갑작스럽게 물러나는 모양새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2기 개각 이후 부동산 세제 정책 등에 대한 불만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의 책임을 지고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물러난 데 이어 강 실장의 사의 표명도 이 대통령 순방 직전 전격적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 속 여론의 반응에 따라 참모진 교체가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참모진의 쇄신을 기획했다면 후임 인선을 준비하고 나서 일괄 발표하는 게 통상적이다. 김 전 실장의 경우 사퇴 이후 3주째 후임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강 실장은 일단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에는 청와대에 남아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여권에서는 차기 비서실장 후보로 천준호·한준호 민주당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의 순방 이후 강 실장이 후임 인선 없이 물러날 경우 청와대 핵심 참모로 불리는 3실장 중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제외한 2실장이 공석이 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대미투자 협상 및 호르무즈해협 파병 논의 여파로 위 실장도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