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흔들수록 단단해지는 유튜브…진짜 보수 경쟁
시청자 0.1%가 채팅 27.5% 차지…기울어진 공론장
지선 직후 사퇴론…유튜브에선 ‘영웅’ 서사 완성됐다
유튜버끼리도 ‘배신자’ 논쟁…장동혁 비판하니 조회수 급감
편집자주
정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켜지면 수만 명이 동시 접속해 화면 오른쪽 채팅창을 채우기 시작한다. 초 단위로 쌓이는 채팅 위에서 하나의 거대한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여론은 누구의 목소리고, 실제 선거 결과와 얼마나 닮아 있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치 유튜브 채널 6곳에서 8개월간 취합된 실시간 채팅 데이터 약 1,409만 건을 분석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끊임없는 사퇴 압박을 받아온 상황 또한 배신자론이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장 대표가 1월 7일 보수 쇄신안을 내놓겠다며 “과거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말로 ‘윤 어게인’과의 절연을 외면했을 때도, 같은 달 29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제명됐을 때도 보수 열성 지지자들은 진짜 보수를 가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들끓었다.
3월 9일 국민의힘 의원 전원 명의의 ‘절윤’ 결의문이 채택됐을 때도 보수 진영 유튜브 채팅창은 장 대표를 지켜야 한다며 배신자 찾기에 열을 올렸다. 당내에서 장 대표 거취 논쟁이 거세질수록 그를 지켜야 할 이유는 쌓여갔다. “장동혁을 지키자” “성골보수 장동혁을 지지하자”는 구호는 정치를 ‘진짜 보수’와 ‘배신자’로 치환하는 유일한 잣대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장동혁, 정치적 고비 때마다 ‘보수 재건 적임자’ 호명
한국일보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고성국TV’ ‘배승희 변호사’ ‘신의한수’ 등 대형 보수 유튜브 3개 채널에서 오간 실시간 채팅 91만1,394건을 분석한 결과, 채널별 누적 작성 글 상위 1%(445명) 참여자 중 67%(299명)가 장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글을 채팅창에 잇따라 올렸다. 한 사람당 8개월 평균 25.8회씩 같은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이들 채널 평균 구독자 수는 156만 명에 달한다.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 ‘국민의힘TV’ 구독자 수(53만 명)의 3배 수준이다.
장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메아리는 채팅창 전체를 사실상 장악했다. 고성국TV 채팅창에 달린 “장동혁을 지지한다” 취지의 발언 비율은 8개월 내내 97.6~98.3%를 유지했다. 5월 21일부터 관측된 배승희 변호사 채팅창에서도 해당 채팅 비율은 96.4~97.1%에 달했다. 사실상 전체가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이들은 장 대표가 정치적 고비를 지날 때마다 교체해야 할 ‘책임자’가 아니라 보수 진영 재건을 위한 ‘적임자’로 호명했다.
6·3 지방선거는 ‘진짜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 간 선명성 경쟁의 장이 됐다. 지선 전후 30일간 보수 정치 유튜브 채팅창에서 장 대표 언급량은 1만 건당 225회에서 609회로 3.1배 급증했다. 지선 상대인 더불어민주당과의 대결보다 보수 진영 내 경쟁이 주된 의제였다.
지선 참패에도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지도자 서사’ 완성
보수 재건이라는 명분 아래 ‘장 대표 지지’ 공론장은 더욱 단단해졌다. 지선 다음 날인 6월 4일, 세 채널의 채팅 1만 건당 장 대표 언급량은 2.7배 늘었다. 지선 참패 책임론이 고개를 들던 때다. 하지만 고성국TV와 배승희 변호사 채팅방에선 이후 한 달간 장 대표를 엄호하는 목소리들로 채워졌다. 그를 방어하는 발언 비율은 각각 39.5%, 34.3%였다. 사퇴해야 한다는 채팅 비율(6.2%, 7.2%)의 5배 수준으로 당대표 연임, 공천권 등을 언급하며 장 대표 리더십을 지켜내야 한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지선 이튿날 투표용지와 부정선거 언급량이 각각 6.6배, 11.2배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전례 없는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장 대표에게 정치적 날개를 달아준 측면도 없지 않다.
16개 광역지자체장 중 4개 지자체장 당선에 그치며 사실상 선거에 참패했음에도 장 대표의 ‘지도자 서사’는 완성의 순간을 맞은 것이다. 극우 세력의 단편적 주장에 그쳤던 ‘음지’의 부정선거론을 ‘양지’로 끌어올린 장 대표는 진짜 보수를 대변하는 강성 지지층의 진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신의한수’도 배신자 낙인… ‘장동혁 방어’ 전선 이탈
‘배신자’ 가리기는 경쟁 관계인 대형 보수 유튜브 사이에서도 일어났다. 보수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 신의한수 진행자 신혜식 대표를 배신자로 명명하면서다. 신 대표가 지난해 8월 서부지법 폭동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지지자 동원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신의한수는 이후 장 대표를 비판하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요구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며 ‘장동혁 방어’ 전선을 이탈했다. 1~8월 사이 신의한수 채팅 참여자 중 장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힌 채팅 비율은 12.6%로, 다른 두 채널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선 직후 한 달간 장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채팅 비율(11.5%)이 장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채팅(5.0%)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한 의원을 211회 언급하는 등 한 의원을 장 대표의 대안으로 소환했다.
다만 신의한수의 이탈은 보수 유튜브 공론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지난해 편당 수만 회에 달하던 신의한수 영상 조회수는 올해 들어 1만 회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배신자론이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 한 의원 등 정치인을 넘어 유튜브 채널의 발목까지 잡아챈 것을 보여준다.

신현주 기자 (spicy@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