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두잔에 발개지는 동료에게 ‘한잔 더’는 위험천만”

술자리를 하다 보면 한두 잔의 술에 얼굴이 금세 발개지는 사람들이 있다. 유전적으로 체내에서 알코올을 대사시키는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는 탓에 소량의 음주만으로도 체내 독성물질(아세트알데하이드)이 빨리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스스로 술을 더 마시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직도 일부 술자리에서는 음주를 강권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동료 압박(peer pressure)에 의한 음주’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처럼 소량의 음주에도 안면 홍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 동료의 압박에 의해 원치 않는 술을 마실 경우 더 많은 양의 아세트알데하이드에 노출돼 암 발병 위험이 상승할 수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강보승·김창선(응급의학과)·신선희(의학통계실)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6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공중보건 감시'(JMIR PUBLIC HEALTH SURVEILLA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의 음주 빈도와 1회 음주 시 음주량을 11개 인구사회학적 변수와 16개 건강 관련 변수로 구분해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 결과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발개지는 체질’은 한국인에서 스스로 음주를 억제하게끔 하는 요인이었다.

연구팀은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발개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일주일에 2~3회 음주할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7% 낮은 것으로 추산했다. 또 1회 5~6잔의 음주 위험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59% 낮았다.

이는 연령, 성별, 직업, 학력, 비만도 등 인구학적 조건과 건강 수준이 유사할 경우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의 음주 빈도와 1회 음주량이 각각 3분의 1,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하지만,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발개지는 음주 억제 유전형질을 갖고 있어도 일부 취약계층에서는 이런 음주 억제 효과가 약해지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학력이 낮거나 사보험이 없는 경우, 단순노무직과 농·어업 종사자, 배우자가 없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했다.

강보승 교수는 “음주 후 안면 홍조 체질은 단체 술자리에서 동료의 음주 강요가 있어도 스스로 몸이 힘들어 음주를 자제하는 편인데, 일부 취약계층에서는 이게 잘 안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중국, 일본 사람 중 소량의 음주에도 알코올 대사 효소의 기능이 떨어져 얼굴이 빨개지는 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30~40% 수준에 달한다. 유전적으로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할 체질인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사람들은 암뿐만 아니라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35세 이상 남성(6천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연령, 흡연, 비만도,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 요인이 비슷할 경우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1.34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렇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담배까지 피우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2.6배 더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일본 구마모토 병원 연구팀도 음주로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의 남성이 담배를 피우면 협심증 발생 위험이 6배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강보승 교수는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회식에서 안면 홍조가 심한 사람에게 동료들이 계속 술을 권하고 마시는 걸 보고 이번 연구를 착안했다”며 “술 한두 잔에 얼굴 붉어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동료들의 권유로 과음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양의 아세트알데하이드에 노출돼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본인뿐 아니라 동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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