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첫 검사 탄핵 기각… “위법 없거나 중대하지 않다”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안동완(53·사법연수원 32기)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헌재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재판관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검사 탄핵 사건에 헌재가 판단을 내린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탄핵 소추가 기각됨에 따라 안 검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재판관 9명의 의견은 팽팽히 갈렸다. 탄핵 심판이 인용되려면 직무와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것이 인정돼야 하고, 그 위반 행위가 파면할 정도로 중대해야 한다.

국회는 안 검사가 형법 123조를 위반해 직권을 남용했으며, 검사의 정치적 중립과 권한 남용 금지를 규정한 검찰청법, 공무원의 성실 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영진·김형두·정형식 재판관은 ‘안 검사가 법률을 어긴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세 재판관은 “이 사건 공소제기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의해 위법하다고 평가됐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피청구인(안 검사)이 어떠한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간첩 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유우성 씨의 범행에 관해 추가 단서가 밝혀졌으므로 담당 검사로서는 재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안 검사에게 국회의 주장과 같이 ‘보복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종석 소장(재판관)과 이은애 재판관은 ‘안 검사가 법률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탄핵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판단해 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은 “검사로서 신중하게 유우성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했다면 이 사건 공소제기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검찰청법·국가공무원법 위반은 맞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청구인이 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관련 자료를 조작하는 등으로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도모한 것도 아니다”라며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법률 위반이 중대하다’며 탄핵소추를 인용해 안 검사를 파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4명의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유우성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할 의도에서 이 사건 공소제기를 한 것”이라며 안 검사에게 검찰청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은 물론 형법상 직권남용죄까지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유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보복성’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침해된 헌법 질서를 회복하고 더는 검사에 의한 헌법위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고할 필요가 있다”며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검사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공직자를 파면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국회의 탄핵 소추는 기각됐다.

아울러 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탄핵소추의 시효 또는 탄핵심판의 청구 기간에 관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보충 의견을 남겼다. 파면 사유가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관련 증거는 사라지고 헌법 질서의 손상은 회복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헌재 결정이 선고되자 안 검사를 대리한 이동흡 변호사는 “헌재에서 법리에 따라 좋은 결정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씨는 “또 한 번 피해자를 짓밟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대한민국은 법 위에 검사가 있다”며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높은 장벽을 오늘 다시 체험했다”고 했다.

국회 측 김유정 변호사도 “검사가 권한을 남용한 행위에 대해 어떠한 법적 제재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작년 9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안 검사가 유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것이 이유로, 유씨의 간첩 혐의 사건에서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자 검찰이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별도의 대북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가져와 기소했다는 것이다.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2심과 대법원에서 공소가 기각됐다.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다만 유씨가 취업 서류를 허위로 기재했다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헌재는 탄핵소추안을 접수하고 두 차례 공개 변론을 거쳐 251일 만에 이날 결정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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