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채 가진 중산층 ‘벌칙’된 상속세

국체성이 20일 내놓은 상속세 통계를 보면 지난해 상속재산이 10억 원 미만인 이들은 4722명으로 전체 신고 인원의 25.8%를 넘었다. 이 비율이 25%를 웃돈 것은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상속재산이 10억 원 이상 20억 원 미만인 신고 인원(7849명)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68.8%에 이른다.

실제로 상속세 납세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2020년 1만 명을 넘어선 뒤 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결정세액도 12조 3000억 원으로 2021년(4조 9000억 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상속세 납부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부유층 세금이 아닌 중산층 세금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당정이 이날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상속세의 인적·일괄공제를 상향하고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상속세 납부자들이 주로 물려받은 자산이 아파트 같은 부동산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상속재산 가액 중 토지·건물 비중은 총 68.5%로 집계됐다. 이중 아파트 등 건물이 차지한 비중은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17년 이래 가장 높았으며 처음으로 40%를 초과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의 경우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상승에 앉아 있어도 과세대상자가 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 9733만 원으로 1년 전(11억 2375억 원)보다 1.2%, 코로나19 전인 2019년 말(8억 5951억 원)보다 39.4%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20년 9월 처음 10억 원을 돌파한 이래 내내 10억~12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가격을 너무 급등시켜놓아서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있으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과도한 세 부담과 벌칙적 운영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상속재산이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일 경우 9000만 원에 더해 5억 원 초과분의 30%을,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일 경우 2억 4000만 원에 더해 10억 원 초과분의 40%를 상속세로 납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 급등에 서울 아파트 소유주의 절반 이상이 상속재산 10억~30억 원 구간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2019년 9억 원이었던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11억 원으로 뛰었다면 해당 아파트를 물려 받은 사람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공제액이 없다고 가정할 때 2019년 매매가 기준 2억 4000만 원에서 지난해 매매가 기준 2억 8000만 원으로 불어나는 셈이다.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상속세 연부연납을 신청한 사람도 증가세다. 연부연납 신청자는 지난해 전체 상속세 신고자의 24.2%에 달했다. 2년 연속 20%를 넘겼다. 상속세 연부연납은 상속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세 자금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연기해주는 제도로 2019년과 비교하면 연부연납 건수는 3.1배 증가했다. 이는 2022년 세법 개정으로 연부연납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동시에 상속세 부담이 중산층으로 확대돼 세금 납부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수년간 지속된 인플레이션에 자산가치가 오르면서 상속세 과세 대상이 급증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상속·증여 단계가 아닌 재산을 처분할 때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이날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고 과세표준과 공제액이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20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국민 소득과 국가 경제 규모 증가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증여세 개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세법에서는 직계비속에 대해 10년간 5000만 원까지, 배우자 간 증여의 경우 6억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2008년 마지막으로 상향된 후 17년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지난해부터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이 실거래가 기반의 시가인정액으로 강화되면서 집값 상승기에는 세 부담이 커져 증여를 꺼린다”며 “최근 매매 거래가 살아나면서 증여 대신 집을 팔려는 양도 문의가 더 많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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