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관심없다”며 팀플레이 강조…해리스 사로잡은 ‘블루 월즈’

해리스 월즈. 로이터

‘누가 러닝메이트 되도 이긴다’ 검증팀 보고에 “해리스, 직감 믿었다”

“야심있는 셔피로는 부통령 역할 질문”…해리스, ‘충실한 2인자’ 원해

‘월즈, 셔피로 꺾고 낙점’ 깜짝반전 뒷얘기…”면접서 ‘도움 안되면 뽑지 말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가 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최종 후보 3인 가운데 가장 약체로 평가됐다.

최대 경합주 출신인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나 우주비행사였던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에 비해 정치공학적으로나 전국적 인지도 측면에서 밀리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부통령직을 해본 경험에 비춰 러닝메이트를 찾는 과정에서 ‘라포'(rapport·상호 신뢰와 친밀감에 기반한 유대관계)를 우선시했다. 또 자신의 정치적 야심보다는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하는 역할에 집중할 2인자를 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직감을 믿고 ‘로우키(low key)’의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낙점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방송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선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인사들을 인용해 중앙 정치 무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월즈 주지사가 유력주자였던 셔피로 주지사를 제치고 깜짝 반전을 거둔데 대한 뒷얘기를 전했다.

치열한 검증작업을 거쳐 셔피로, 켈리, 월즈 등 최종 러닝메이트 후보 3인이 추려진 것은 주말인 지난 3일이었다.

검증팀이 지지율과 정치이력 등 자료를 종합해 내린 결론은 이들 3인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해리스 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은 누가 됐든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고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최종 후보 3인은 일요일인 4일 부통령 관저에서 대면 면접을 치렀는데 해리스 부통령은 이 최종면접 후 월즈 주지사 쪽으로 확연히 기울었다.

이는 데이터 등에 기반한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거의 ‘본능적인 직감’이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부통령 후보군 검증팀의 일원이었던 백악관 고문 출신 세드릭 리치먼드는 해리스 부통령이 “(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이해하고, 자신과 통하면서 동시에 대조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고 말했다.

켈리 상원의원이 진작에 3순위로 밀려난 가운데, ‘야심있는’ 셔피로가 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질문했다면 월즈는 팀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NYT는 전했다.

월즈 주지사는 자신이 경합주 출신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람도 아니라고 약점을 인정했다. 또 토론에 능하지 않으며 텔레프롬프터(연설원고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기계)를 사용해본 적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동시에 ‘팀 플레이어’로서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며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자신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부통령 후보로 뽑지 말라는 말도 했다.

월즈 주지사는 또한 부통령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해리스가 원하는 방식으로 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답했다.

해리스가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가장 마지막까지 곁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고 묻자 월즈 주지사는 ‘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월즈 주지사는 특히 향후 언젠가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4년 뒤 재선에 도전하게 될 경우 내부 분열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고 검증팀 관계자들은 말했다.

리치먼드는 “월즈 주지사가 이 답변을 통해 ‘나는 내 이미지나 지지율, 다음 행보에 관심이 없다. 현재에 충실하면서 당신의 부통령이 돼 벽을 뚫고 미국민을 위해 싸워 우리 가치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매우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대권 잠룡으로 꼽혀온 셔피로 주지사는 최종 면접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부통령의 역할과 권한, 의무에 대해 상세히 질문하는 등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면접을 마치고 난 뒤에도 그날 저녁 해리스의 고문에게 따로 전화해 추가로 질문을 했다.

이러한 ‘질문 공세’는 셔피로 주지사가 부통령직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평가로 이어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민주당 고위 고문은 셔피로 주지사가 해리스 부통령과 “일자리 협상을 했다면 월즈는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나요’라고 말하는 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최종 인터뷰 이후 해리스 부통령은 물론 검증팀 관계자들도 모두 월즈 주지사를 1순위로 꼽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월즈 주지사와 만난 뒤 “그는 정말 열려 있다. 정말 그가 좋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민주당 고위 인사는 월즈 주지사가 최종 면접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면서 “(면접이) ‘딱 보면 안다’는 유형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최종 면접에 대해 “홈런이었다.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고 돌아봤다.

해리스 캠프의 참모진은 그가 해리스의 승리에 도움을 줬으면 하는 핵심 중서부 격전지 주들을 가리키는 뜻으로 ‘블루 월즈(Blue Walz)’ 라는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고 CNN이 전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지역을 뜻하는 블루월(Blue wall·푸른 벽)과, ‘wall’과 발음이 비슷한 ‘월즈’라는 이름을 합성한 것으로 보인다.

월즈 주지사는 또한 군인, 고교 교사이자 학교 풋볼팀 감독 출신이라는 독특한 경력과 소탈한 이미지 등 위험 요소가 없는(do-no-harm) 무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점수를 얻었다.

유대인인 셔피로 주지사는 친(親)이스라엘 행보로 아랍계 유권자층의 지지를 깎아 먹을 우려를 산 데 비해 월즈 주지사는 그런 위험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4일 대면 면접을 끝내고 사실상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삼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심사숙고했다.

해리스는 다음날인 5일 극소수의 측근들에게만 조용히 이 결정을 알렸고 하루 뒤인 6일 오전 10시께 월즈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와 두 아이, 여동생 부부와 함께 자택에 있던 월즈 주지사는 처음 전화가 왔을 때는 받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그 전화가 ‘발신자 표시 제한’된 번호로 왔기 때문이다.

그는 두 번째 통화 시도에 전화를 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고 월즈 주지사는 이를 수락했다. 두 사람은 그로부터 7시간 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에 함께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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