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두전차’ 시대 맞은 현대로템

KTX 제작사로 잘 알려진 ‘철도명가’ 현대로템(064350)이 K2 전차를 앞세워 세계 방산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 회사를 이끌던 철도 전차(電車) 사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인 방산 전차(戰車) 사업이 더해지면 ‘쌍두전차’ 시대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전체 매출에서 방산부문인 디펜스 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1.2%에서 올 상반기 47.9%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철도부문(레일솔루션)의 비중을 넘어선 뒤 격차를 11.7%포인트로 벌리며 순항 중이다. 주력은 K2 전차다. 1984년 한국형 K1 전차를 개발하며 전차 사업을 시작한 현대로템은 38년 만에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2022년 폴란드와 K2전차 1000대 납품에 대한 기본 계약을 맺었고 내년까지 1차 실행 계약건 180대를 인도하기로 했다. 올 연말 남은 820대 중 180대(4조5000억 원 규모)가량을 다시 분할 납품하는 2차 실행 계약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가격과 기술 이전, 금융 지원 등 세부적 조건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250~300대 규모(6조3000억~7조5000억 원)의 루마니아 전차 도입 사업 또한 연말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로템은 루마니아 현지에서 전차 성능 시연을 한 상태로 입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1950~90년대 전 세계로 수출된 미국∙독일∙러시아제 노후 전차에 대한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슬로바키아∙오만 등에서도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관련 수주액 총합이 총 129조3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폴란드 이외에 K2 도입에 긍정적인 국가가 6곳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방산부문의 성장에 가렸을 뿐 원조 주력 사업인 철도부문도 안정적 수익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영업이익으로 보면 방산과 철도부문의 비중이 50대 50″이라고 말했다.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저가 수주 사업을 탈피해 대형 사업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주한 2700억 원 고속철 사업은 이같은 흐름에서 나온 쾌거다. 2004년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KTX를 개통한 지 20년 만에 한국 고속철을 수출하게 됐다. 관련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과 수익으로 반영될 경우 철도부문 비중은 재차 방산부문에 육박할 전망이다. 방산과 철도 두 사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회사를 이끄는 셈이다.

철도부문 사업부는 지난달에도 16일 약 2400억원 규모로 미국 매사추세츠주 교통공사(MBTA)와 보스턴 2층 객차 추가 공급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규모 2조원 이상, 총 168량을 공급하는 대규모 모로코 고속철 사업은 정보제공요청서(RFI)를 회신한 상황이다. 10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 최근 모로코를 찾는 등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모로코 고속철 사업까지 따낸다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사우디 네옴시티 트램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은 2018년부터 3년간 연속 적자를 내며 현대자동차 그룹 내 ‘골칫덩이’로 불렸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각각 1962억 원, 279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매각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당시 독일 지멘스가 철도부문을 인수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2020년 그룹의 재무통인 이 대표가 부임해 저가 수주를 축소하고 방산부문에 힘을 주면서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때마침 이뤄진 해외수주전에서 승리하며 설립 이래 최고의 실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로템은 올해 4025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2053억 원)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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