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잘 어울리는 따뜻한 음색의 악기…, 오보에(Oboe)의 현존원탑 연주자 알브레히트 마이어(Albrecht Mayer)!

박기한의 음악이 있는 인생 2막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면 공연전 단원들이 각자 어수선하게 개인 연습을 하는 등 약간
웅성웅성이는 시간이 있다. 그러다가 공연 시작 직전에 오보에 연주자가 길게 A음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급변하게 된다. 모두 그 A음에 맞춰 정확한 튜닝을 점검하며
좀전까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곧 있을 공연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지는 걸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오랜 전통이 되어버린 일종의 의식
행위가 된 오보에가 A음을 맨 먼저 내는 것은 오보에가 멀리서도 잘 들리고 비브라토가
덜해서 다른 악기가 음을 잡기 쉽다는 점도 있지만, 목관악기 중에서 오케스트라에 맨 처음
입성한 까닭에 관악 파트를 이끌어가는 선도적 악기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한다. 이번
글에서는 가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따뜻한 음색의 목관악기, 오보에의 매력과 그
오보에의 매력을 전달하는 일에 현존 최고인 알브레히트 마이어 (Albrecht Mayer)에 대해
얘기해 보자.
오보에 연주자들은 원래 예로부터 음악이론에 해박한 예술가형의 연주자가 많았는데
오보에 연주는 물론 편곡, 지휘 심지어는 작곡에까지 그 활동 영역을 뻗쳤던 아티스트들이
많았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오보에 연주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역시 한 세대전의 오보에 대가인 Heinz Holliger (하인츠 홀리거)라고 할 수
있겠다. Philips사에서 발표했던 수십장의 앨범들로 7.80년대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던
중년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낯익은 아티스트일 것이다. 그리고 Heinz Holliger의 뒤를
잇는 후계자로 21세기 좀 더 확장된 오보에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알브레히트 마이어
(Albrecht Mayer)를 꼽는 것에 이견이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의 연주에는
감상자들에게 미소를 유발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 세련되게 절제되었지만 그럼에도 풍부한
감정이 있고 과하지는 않지만 현란한 기교와 창의적이고 재치있는 변주가 있다. 무엇보다도
감칠맛나는 음악성이 풍부하다!
알브레히트 마이어 (Albrecht Mayer)는 1965년 독일의 에를랑겐(Erlangen)에서 태어나고
밤베르크(Bamberg)에서 자랐다. 그는 어린시절의 스스로를 주근깨 많고 체구가 작은
(성인이 되어서는 192센티미터의 장신이 되었지만…) 말더듬까지 있는 숫기 없는
아이였다고 했다. 하지만 밤베르크 교회 성가대의 단원이 되어 음악, 특히 바흐의 종교곡에
심취하기 시작했고 소아과 의사였던 아버지의 환자 부모 중 한 사람이었던 오보에 연주자가
아버지에게 선물한 오보에를 접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당시를 회상했다. “오보에가 내 인생에 들어오면서 갑자기 내가 어딘가에
필요한 사람이 되었고, 악기로 표현하는 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러 사람과 합주를 하거나,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것은 삶을 변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부터 밤베르크 교향악단의 솔로이스트로 활동하며 그의 연주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하였고 1992년에는 26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오보에 연주자가 되어 지금까지 30년이 넘게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때부터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보이스트 중에
한 명으로 손꼽혀 왔으며,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Deutsche Grammophon, Decca라는
굴지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을 통해 꾸준히 음반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음반을 추천하자면 2016년도에 발표된 매우 잘 선곡된 편집앨범 [Vocalise]를
꼽고싶다. 개인적으로 엔니오 모리코네의 ‘Gabriel’s Oboe’에 필적하는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생각하는, 오보에라는 악기의 매력을 가장 폐부를 찌르게 잘 전달해주는
Reynaldo Hahn 작곡의 ‘A Chloris’를 우선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곡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앨범에는 또한 내게 알브레히트 마이어 (Albrecht
Mayer)라는 연주자를 처음으로 각인시켜준 슈만의 3 Romances for oboe and piano, Op.
94의 두 번째 곡인, 역시 눈물겹게 아름다운 멜로디의 ‘Einfach, innig – Etwas lebhafter’,
그리고 오보에 클래식 곡의 대명사인 마르셀로의 오보에 협주곡 중 ‘아다지오’ 부분 등 그의
레코딩 중 가장 사랑받는 17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좋은 음반들이
많지만 지면관계로 Tidal에 내가 공개해 올려놓은 Albrecht Mayer An Anthology라고
명명한 플레이리스트로 갈음해야 할 것 같다. 검색해서 감상 해 보시기를…!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말한 내용을 마지막으로 얘기해 보겠다. “오보에는 다른 악기보다
음역이 넓지도 못하고 강약을 자유롭게 콘트롤 할 수도 없으며 빠르게 연주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경쟁하는 종목이 사람의 심장(마음)에 닿는 일이라면 오보에가 단연 챔피온일
것이다!” 자신의 악기에 대한 그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지 않은가….! 가을에는 오보에로
정하자…!

음악 칼럼니스트 박기한 frisell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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