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돌고 돈 후에야 판정… ‘진단 사각지대’ 강직성척추염

[License: Free]

허리 통증 외에도 다양한 증세 동반

디스크와 통증 양상 달라 주의

수영은 증상 완화에 도움, 금연은 필수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무릎에 물이 찼다고 진통제와 물리치료를 받았죠. 어느 날부턴 오른쪽 눈이 얼얼하고 좀 이상해서 안과를 찾았는데, 안구건조증이라며 인공눈물을 줬습니다. 안구통증이 심해져 찾은 다른 병원에선 포도막염이라고 했어요. 약을 먹고 나아졌지만 두 달 정도 뒤에 재발하더군요. 몸 곳곳에서 이상신호를 보내는데 무엇이 원인인지 모르니 진짜 답답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송모(39)씨는 최초 증상이 나타난 이후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릎에 물이 찬 적이 있고 포도막염도 여러 번 생겼다고 말하니 한 안과에서 자가면역질환일 수 있다며 류머티즘내과로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통증의원, 정형외과, 안과 등 병원 뺑뺑이를 돌고 나서야 류머티즘내과에서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은 염증이 발생해 척추 마디가 굳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척추 아랫부분인 천골과 골반이 연결된 천장관절에서 시작해 심한 경우 관절과 관절이 붙어 척추 전체가 대나무처럼 통뼈가 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조조강직이다. 특별한 외상이 없음에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가 뻣뻣한 느낌이 들고 골반 부위 통증이 서서히 발생한다.

강직성척추염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4만3,686명에서 2022년 5만2,616명으로 5년 동안 20% 이상 늘었다. 성별로 보면 2022년 기준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많고, 그중 20~40대가 50% 이상이었다.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송정수 대한류마티스학회장(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은 “강직성척추염은 여전히 진단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송씨처럼 병원을 전전하다가 증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대한류마티스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약 40개월 안팎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일 대한류마티스학회가 개최한 ‘제6회 강직성 척추염의 날’ 행사에서 차훈석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은 “늦게 진단받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 진단받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허리가 아프면 보통 정형외과를 가요. 엑스레이를 찍어보지만 문제가 없는 걸로 나옵니다. 염증이 생긴 곳은 그보다 밑인 천장관절이니까요. 병원에선 허리가 삔 것 같다며 진통제랑 소염제 정도를 처방해주지만, 약을 먹을 때 잠시 나아지다가도 다시 통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송 교수는 “초기에 진단을 하지 못해 병이 진행되는 걸 방치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이렇게 말했다. 통증의 강도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는 점도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시적인 통증이라고 생각해 크게 생각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다.

특히 허리 통증이 계속되면 추간판탈출증(일명 디스크)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직성척추염과 디스크의 허리 통증은 양상이 정반대다. 강직성척추염은 아침에 허리 통증이 있다가 활동을 하면 나아진다. 운동을 하면 오히려 통증이 줄어든다. 반면 디스크는 허리를 쓰는 활동을 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팔다리 등이 저리는 방사통이 함께 오는 디스크와 달리, 강직성척추염은 방사통이 없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강직성척추염은 허리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부위의 증상도 동반한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약 30%는 눈의 포도막염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대장의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피부에 홍반과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건선, 가슴 통증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외과 윤강준 대표원장은 “드물게는 콩팥 기능 저하와 심장판막 질환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며 “척추 강직이 시작되면 폐 기능에도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의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한류마티스학회의 앞선 조사를 보면,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25.1%는 우울감·무력감을 호소했고, 5%는 우울장애로 진단받았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우울증 위험이 일반인보다 2배 안팎 높다는 뜻이다.

강직성척추염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완치의 개념이 없다. 송 교수는 “한번 발생하면 평생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염증을 조절하는 식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허리 쪽 근육을 강화하는 것은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송 교수는 “수영‧배구가 강직성척추염에 특히 좋은 운동”이라며 “허리 근육을 강화해야 염증이 생겨도 척추가 딱딱하게 굳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연은 필수다. 담배는 염증을 악화하고, 강직성척추염 약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속보] 내란특검 “계엄 목적, 권력 독점·유지…준비는 23년 10월 이전부터”

12·3 불법계엄 사건 수사를 진행해온 조은석 특별검사가 6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정치적 ...

총기 난사하는 범인 맨몸으로 제압… 호주 구한 ‘흰 셔츠 영웅’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 총격 테러 현장에서 맨손으로 범인을 제압한 남성이 시민들의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흰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총격범에게 ...

호주 시드니 해변 총격 용의자는 父子 2인조… 사망자 16명

호주 시드니의 대표적 관광지인 본다이 해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사망자가 16명으로 늘었습니다. 현지시간 14일 오후 유대인 행사가 열리던 현장에서 ...

李대통령 제주‘4·3 진압책임 논란’ 박진경 대령 유공자 지정 취소 검토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사건 당시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하다 암살된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대통령실은 ...

하원 위원장, 미네소타 사기 조사와 관련해 월즈에 소환장 발부 위협

하원 감독위원회 제임스 코머 위원장이 미네소타 주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벌어진 대규모 사기 사건과 관련해 팀 월즈 주지사에게 자료 제출을 ...

시리아, ISIS가 미군 병사들을 살해한 후 공습 개시

시리아 팔미라 인근에서 합동 작전 중 미군 2명과 미국인 통역사 1명이 ISIS 잠입자 총격으로 사망했습니다. 공격범은 시리아 보안군 소속 극단주의자로, ...

성탄절 초록잎 아래 5초간 1,435쌍 입맞춤…기네스북 신기록

동부 시간 지난 13일 오후 워싱턴DC 도심 쇼핑몰에서 1,435쌍의 커플이 모여 동시에 5초간 초대형 겨우살이(Mistletoe) 밑에서 입맞춤을 해 기네스북 신기록을 ...

‘이럴수가’ 송성문 ‘120억 초대박 계약’ 무효 가능성 현실화, 미국 현지 소식 나왔다 “MLB서 최소 5개 구단 관심”

올 시즌 KBO 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송성문(29)의 빅리그 무대 입성이 점점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현지에서 송성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

BTS 정국·에스파 윈터, 열애설에 침묵 후 근황..논란 언급 없이 팬들과 소통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가 열애설 이후 나란이 팬들과 소통에 나섰다. 다만 열애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윈터는 지난 13일(이하 ...

‘53세’ 김민종 “2년 안에 결혼한다” 폭탄 발언..일·사랑 모두 잡을까

배우 김민종이 결혼 계획을 깜짝 공개했다. 14일(한국시간)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는 지난주에 이어 모벤져스와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

트럼프, 틱톡 매각 시한 또다시 연장할 예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 미국 사업부 매각 기한을 오는 12월 16일에서 또다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틱톡 매각 문제는 다섯 ...

한국가서 부자소리 들으려면 440만불은 있어야…

한국 부자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64억 4,000만 원(미화 $440만 달러) 한국에서 금융자산 10억 원(미화 $68만 달러 정도) 이상을 보유한 '부자'가 ...

해싯 “트럼프 목소리는 의견일 뿐…연준 FOMC, 통화정책 결정”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차기 의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위원장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

[속보]태국, 캄보디아 국경 전투 격화로 계엄령 선포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 교전이 2주째 격화되면서, 태국 정부가 국경 일대에 계엄령과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확대 실시했습니다. 양측의 포격과 공습이 계속되면서 ...

탈모,발진있는 여성이라면 의심해봐야할 질병

증상이 다양해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전신 홍반성 루푸스. 심할 경우 심장이나 뇌, 폐, 신장 등 몸 안의 주요 장기에 질환이 ...

바비킴, 15년 만에 ‘기내 난동 논란’ 재언급.. “공격적 태도 사과하고파”

가수 바비킴이 과거 대한항공 기내 난동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15일(한국시간)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는 "[한글자막] 바비 킴에게 대구사이버대학 음원 ...

김지수, 꿀꿀했던 한국 떠났다.. “에펠탑 보니 메마른 낭만 살아나”

배우 김지수가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 김지수는 14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낮이든 밤이든 에펠탑은 멀리서 바라보는 게 훨씬 좋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

‘단 4개월 만에’ 손흥민 미국 정복, MLS 공식 ‘올해의 영입 2위’… “리그 판도 뒤바꿔”

사실상 올 시즌 최고의 영입이나 다름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공식 사무국이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FC)을 올 시즌 리그를 가장 뜨겁게 달군 신입생으로 치켜세웠다. MLS ...

‘무려 키패스 3회+평점 8.2’ 이강인 특급 맹활약, 5호 공격P 작렬… ‘간신히’ PSG 선두 탈환

어느새 올 시즌 5호 공격포인트다.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망)의 날카로운 왼발킥이 빛난 가운데 소속팀도 짜릿한 한 골 차이 승리를 거뒀다. 파리 생제르망(PSG)은 ...

“이란 연계설 급부상, 본다이 비치 테러.. 국제 테러 네트워크로 번지나”

호주의 대표 관광지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유대교 명절 하누카  축제  Hanukkah by the Sea를 겨냥한 총격 테러가 발생해 최소 12명이 ...

복통과 설사,긴장하면 배아픈 당신…해법 찾았다

시도 때도 없이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줄 유익균을 찾아냈습니다. 김나영,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로즈부리아 파에시스' ...
연방의회 의사당 건너편에 똥 모형의 황동색 조형물

[일요칼럼] 쓰레기통이 된 정치, 누가 이익을 얻는가

양극화는 ‘실수’가 아니라, 정치가 선택한 보상 구조.. 미국 정치가 쓰레기통 같다는 말을 이제 농담으로만 듣기 어렵다. 선거철마다 상대를 “나라의 적”으로 ...

LA 시장 배스, 2026년 재선 캠페인 개시

로스앤젤레스 시장 캐런 배스가 13일 도심 무역기술대학에서 재선 캠페인을 공식 출범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도시를 더 저렴하고 안전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트럼프, 지지율 하락 속에 이민 단속 축소로 선회…

국토안보부가 이민 단속 기조를 조정해 인종이나 억양 특정 근무지 등을 근거로 한 대규모 무작위 단속은 줄이고 중범죄 전과가 있는 불법 ...

메시, 인도서 조기 퇴장해 격분한 팬들 난동…’호날두 방한 먹튀’ 재연?

인도를 찾은 아르헨티나 출신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중들이 "메시를 제대로 못 봤다"고 항의하며 난동을 부리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

심상치 않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 행보… 美는 속도조절 당부

대북 유화 조치와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주장해 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정 장관이 정부 내 '통일 페이스메이커'를 ...

전조증상 없이 찾아오는 뇌출혈…혈압 관리가 최우선

흔히 '중풍'이라고도 불리는 뇌졸중은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뉩니다. 뇌경색은 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괴사하는 질환이고, 뇌출혈은 뇌혈관이 파열되면서 뇌 내부에 출혈이 ...

갑질 만연한 한국 연예계 실태…”집안일·술자리 무한 대기”[HI★초점]

"연예계 낡은 관행, 언젠가 터질 게 터졌다" 방송인 박나래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 매니저들이 폭로한 갑질 ...

한국행 비행기 보조배터리 두고 내리면 즉시 폐기…되찾을 수 없어

앞으로 항공기 기내에 보조배터리를 두고 내리면 되찾을 수 없게 됩니다. 국내 일부 항공사들이 화재 예방을 이유로 기내에서 발견된 보조배터리를 유실물로 ...

실제 내 나이보다 중요한 ‘이 나이’…”한 살 더 먹네” 아쉬워할 때 아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연초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 나이보다 신체 대사 상태를 나타내는 '대사 나이'가 건강수명 핵심 지표로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