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이재명도 싫다’는 사람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나.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탄핵안 표결 처리를 촉구하는 사람들이 집결해 있다. 연합뉴스

보수정권 잇단 낙마엔 자중지란 한 몫
시대착오적 계엄에 능력 한계 드러나
예산 폭주, 탄핵 남발 등 李도 책임 커
위기서 권력만 탐했단 더 큰 禍입을 것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엄중한 시국에 제대로 자충수를 뒀다. 국가적 대혼란을 야기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파동은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다. 탄핵이든, 하야든, 임기단축 개헌이든 5년 임기를 다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상황 판단력을 보인 만큼 물러나는 게 순리지만 그래도 따져봐야 할 것은 적지 않다. 이번 사태를 통해 곱씹어볼 게 몇 가지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두 번의 탄핵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좌우를 떠나 국가수반으로서 국민 상당수의 존경을 받는 리더는 많지 않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나라가 그렇다. 그래도 대부분의 대통령은 임기를 무난하게 마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보수 정권에서만 두 번째 낙마자가 나오기 직전이다. 정치적 결사체로서 보수 정당의 구심력이 상대적으로 훨씬 느슨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똘똘 뭉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자중지란을 일삼은 결과가 뒤늦게 시대착오적인 계엄령 파동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다.

만약 총선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합심했다면 적어도 의회 균형이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주에 국정이 휘둘리는 일은 원천적으로 없었을 테다. 이제 ‘실력(능력) 있는 보수’라는 클리셰는 박물관 유물처럼 박제되는 게 맞아 보인다.

둘째, ‘우리 안의 윤석열’을 살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가장 도드라진 캐릭터는 옹고집이다. 이런 옹고집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얘기만 취함으로써 더 심각해진다. 옹고집 성향이 강한 사람이 확증편향에 빠지면 답이 없다.

계엄령 파동에서도 충암고 선후배 중심으로 뭉쳤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전공의 파업, 김건희·명태균 사태의 해결책을 구할 때도 그의 고집은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했다.

문제는 인내심이 약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도 윤 대통령을 점점 닮아가고 있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용인하지 않는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는 정권 퇴진을 부르짖는 완장 찬 사람들이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탄핵에 목소리를 주저만 해도 즉시 ‘반(反) 민주주의자’로 낙인 찍는다. 중요한 결정에 응당 필요한 숙고의 과정을 생략하는 좌파식 매카시즘이 우려스럽다.

셋째, 이번 사태가 민주당이 그간 자행했던 반민주 폭거를 가릴 수는 없다.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기에 이 자체에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서 기사회생할 기회를 잡은 이 대표도 이번 사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이 대표 재판 건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아 왔다. 사드 배치 지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조사로 감사원장을, 이 대표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숱한 검사를 탄핵한 게 민주당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탄핵이 남발돼 왔는데 이는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처사다. 우리 사회가 탄핵의 무게감에 둔감해진 데는 민주당의 탓이 크다. 경제가 어렵다면서 감액 예산을 밀어붙였고, 반도체 입법 같은 절체절명의 입법을 뒷전으로 밀어버린 것도 민주당이다. 예산 폭주에 수틀리면 탄핵 남발로 국정 마비를 조장한 이 대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싫다’는 사람이 괜히 늘어나는 게 아니다.

넷째, 권력 향배만 집착했다가는 참혹한 미래가 기다릴 것이라는 점도 꼭 지적하고 싶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만 해도 내년 5월 대선이 관철돼야 사법 리스크를 싹 지울 수 있다.

이미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가 탄핵에 묻히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정책 대응, 끝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북러 결탁으로 더 꼬인 한반도 함수, 금융·자본 시장 혼란, 내수 침체로 파탄 일보 직전인 자영업 등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이런 사고무친 상황에서 면밀한 준비 없이 권력만 탐했다가는 누가 잡든 후일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미증유의 경제난에 최대 정치 위기까지 겹쳐 수시로 얼굴색을 바꿀 수 있는 여론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서울경제 이상훈 투자증권부장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미국 사회보장국 서비스 악화 우려 급증

미국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이 직면한 고객 서비스 문제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사회보장국은 직원을 감축하고, 수급자들이 전화로 할 수 있는 업무를 제한하며, ...

“거리를 점령한 무법자들, 500대 차량 불법 거리점거, 시민 안전 위협”

지난 주말, 로스앤젤레스의 한 교차로에서 대규모 불법 거리 점유 사건이 발생해 당국과 시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3월 23일 일요일 오후 ...

트럼프,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 강화

이민세관단속국(ICE), 콜롬비아대 졸업생 마흐무드 할릴 체포... 활동가들 "표현의 자유 위협"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미국 내 ...

3월  24일  라디오서울 모닝뉴스 헤드라인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했습니다. 탄핵 소추된 지 87일 만으로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했습니다. • 헌재는 한덕수 대행이 ...

캘리포니아주, ICE 사칭범에 대한 경고 발령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 속 이민자 사기 증가 우려 캘리포니아주가 연방 이민 단속국(ICE) 요원을 사칭하는 사기범들에 대해 강력 경고했습니다 ...

논란의 ‘백설공주’,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

개봉 전부터 캐스팅 등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디즈니의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개봉 첫 주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BBC방송은 24일(현지시간) ...

실종 한인 3명, 그랜드캐년 인근 22중 추돌사고 연관 가능성

경찰, 불에 탄 차량들 속에서 실종자 관련 증거 조사 중 실종 한인 3명, 추돌사고 연루 추정..지난 13일 그랜드캐년 여행길에 나섰던 ...

타이거 우즈, 트럼프 대통령 전 며느리와 연애 인정

타이거 우즈(미국)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며느리였던 바네사 트럼프와 사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즈는 24일(한국시간) 소셜미디어에 바네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과 ...

“15세 소년과 사귀다가 아이까지 출산” 아이슬란드 아동부 장관 사임

36년 전 22세 때 미성년자와 교제아들 낳은 뒤 현재 남편 만나자 절교"아이 못 본 채 18년간 양육비 요구받아" 북유럽 아이슬란드 ...

테슬라, 이어지는 리콜..안전 논란의 중심으로

잇따른 리콜, 전기차 신뢰에 금 가나? 테슬라는 전기차와 청정 에너지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잦은 리콜 문제로 인해 소비자 ...

“한국, 트럼프의 ‘상호관세’ 표적국 포함 전망…4월 2일 즉시 발효”

"WSJ '수십년간 없던 수준의 관세 부과 예상'...자동차·반도체 등 품목관세는 보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부과할 예정인 상호관세의 표적국 명단에 ...

르세라핌 ‘핫’,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9위로 데뷔

자체 통산 네 번째 '빌보드 200' 톱 10 기록 걸그룹 르세라핌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핫'(HOT)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

헌법재판소,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 기각…

'재판관 임명 보류는 위헌' 일부 인정…인정 4명 "파면할 잘못은 아냐" "계엄 때 적극적 행위 없었다…권한대행 탄핵 정족수는 국무총리 기준" 헌법재판소가 ...

두통 있다면 ‘이것’부터 끊으세요···3개월 만에 두통 일수 절반 ‘뚝’

약물과용 두통 환자 309명 연구 결과 보니 두통약 감량한 환자, 두통 일수 24→12일 만성 두통으로 힘듦을 겪고 있다면 정작 두통약부터 ...

미국인 해외 이주 열풍.. 생활비가 주된 원인..

해리스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 절반 가까이 해외 이주 고려 중 최근 해리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거의 절반의 미국인들이 행복을 위해 ...

“우롱당했다!” 브루클린 쉽스헤드 베이, 노숙자 쉼터 건설에 들끓는 분노

애초 저렴 주택 개발 약속 뒤집고 쉼터 건설 강행...주민들 "기만 행위" 맹비난 뉴욕 브루클린, 쉽스헤드 베이 지역 주민들이 시 당국의 ...

카노가 파크, 교차로 교각 투신 사건 발생

카노가 파크의 하트 스트리트와 토팡가 캐니언 블루버드 교차로에서 다리에서 뛰어내린 사람에 대한 구조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여 상황을 처리 ...

뉴진스, 눈물의 활동 중단 선언

"잠시 멈추기로 결정..법원 판단 존중" 걸 그룹 뉴진스(NJZ,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이 일시적인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뉴진스는 ...

톰 호먼, “추방 비행기에는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사람들로 가득”

베네수엘라 갱단 혐의 200여명 추방 논란에 대한 반박 톰 호먼 미국 국경 차르는 2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기반 국제적 갱단 '트렌 데 ...

尹대통령, 오늘 두번째 형사재판 준비기일…직접 출석은 안 해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재판’ 증인으로 재소환…21일엔 불출석 윤석열 대통령의 형사재판 두 번째 준비 기일이 24일(이하 한국시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

산청 산불 밤새 노력에도 진화율 71%

일출 후 헬기 투입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가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강풍 등 영향으로 좀처럼 불길이 ...

연방 국세청과 ICE 정보 공유 임박

연방 국세청이 불체자 단속을 위해 연방 이민 세관국과 납세자 정보를 공유하는 합의가 타결이 임박했습니다 지난 수주일동안 연방 국세청과 연방 이민 ...

“트럼프 정부, 세금 정보로 불법 이민자 추적 “

IRS와 ICE 간 데이터 공유 합의 임박... 이민자 단체 "납세자 기밀 침해" 반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체류 이민자 색출을 위해 ...

與 “대선 전 ‘이재명 아웃’ 가능성”…커지는 기대감

차기 대통령 취임은 '60일+α', 이재명 대법 선고까지 90여 일박찬대 "25일 尹 파면돼야" 재촉, 권성동 "사법부 시계 이재명에 맞추라는 것""이재명 사법리스크 매몰됐다가 ...

테슬라, 머스크 논란과 방화 공격에 보험료 폭등 위기

"일론이 미치기 전에 구매했다" 스티커까지 등장... 트럼프 관세까지 겹쳐 소유자들 이중고 테슬라 차량 소유자들이 예상치 못한 보험료 급등에 직면할 수 ...

숫자로 이해하는 트럼프의 정책

미 부채를 보면 트럼프의 정책 방향이 보인다 요즘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하는 정책 방향을 보면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트럼프로 삼행시를 지어 ...

트럼프를 ‘장사꾼’으로만 봐야 하나 

트럼프 관세전략 해밀턴에서 유래미 제조업 육성으로 정책기조 변화EU 등도 지역 내 산업 키우기 나서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커다란 위기신산업 및 금융정책 ...

‘국민 방송’ 된 넷플릭스 

2015년 11월이었다. 국민을 열광케 하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케이블채널 tvN의 ‘응답하라 1988’이었다. 1988년 즈음을 배경으로 서울 변두리 쌍문동 서민을 통해 가족애와 ...

트럼프의 좌표 찍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 권한 확장’ 시도가 점점 대담해지면서 급기야 입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길들이려 나서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등 미 ...

이재용, ‘글로벌 CEO 집결’ 중국발전포럼 2년만에 참석

SK하이닉스·애플·벤츠·퀄컴 등 해외 기업인 79명 베이징행 중국총리, ‘트럼프 측근’ 미국상원의원 접견… “관세로 번영 이룰 수 없어”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글로벌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