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산불 한달] 건물 2만채 삼킨 최악의 산불…”한인 피해도 300건”

LA 산불로 타버린 주택들 [로이터]

서울시 3분의 1 면적 태우고 24일 만에 진화…”경제적 손실 최대 237조원”

건물 잔해 철거에만 몇 달, 인프라·주택 완전 재건까진 수년 걸릴 수도

올해 연초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뒤흔든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다.

지난달 7일 LA 카운티 내 여러 곳에서 허리케인급 돌풍을 타고 동시 다발한 산불은 1만8천채가 넘는 주택·건물을 집어삼켜 경제적 피해 규모 면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극한 가뭄과 강풍 속에 3주가 넘게 이어진 산불은 24일 만에 겨우 진압됐고, 수만 명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산불 발생 초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인 동포들의 크고 작은 피해도 약 3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국지성 돌풍 타고 순식간에 주거지 덮친 산불…최소 29명 숨져

이번 LA 산불은 역대 다른 산불과 달리 산지에서 발생한 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주택들이 밀집된 여러 마을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지난달 7일 오전 LA 서부 해안의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산불(‘팰리세이즈 산불’)은 당시 이틀째 LA 일대를 강타한 국지성 돌풍 ‘샌타 애나’를 타고 몇 시간 만에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당일 오후 LA 동부 내륙 알타데나 지역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산불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주거지로 순식간에 내려와 그 일대를 초토화했다.

15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급히 대피했지만,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안타깝게 희생됐다.

6일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튼 산불 지역에서 17명,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서 12명 등 최소 29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또 이들 지역에서 산불과 관련해 접수된 14명의 실종 신고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2건의 대형 산불에 더해 다른 지역에서도 산불이 잇달아 최대 7건의 산불이 동시에 진행됐다가 차차 진화됐고, 대형 산불 2건은 무려 24일간 지속됐다.

진화될 만하면 다시 돌풍이 불어 위험해지는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끝에 소방 당국은 지난달 31일에야 100% 진압을 선언했다.

수개월간 내리지 않던 비가 지난달 25일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진화에 큰 도움을 줬다.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팰리세이즈 산불이 94.9㎢, 이튼 산불이 56.7㎢, 뒤늦게 발생한 ‘휴스 산불’이 42.2㎢로 도합 193.8㎢에 달했다. 이는 서울시(605.2㎢)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 건물 1만8천여채 파손…역사상 최대 경제적 피해

당국은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서 파괴된(destroted) 건물이 6천831채, 훼손된(damaged) 건물이 973채라고 집계했다. 이튼 산불 지역에서는 9천418채가 파괴되고 1천73채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했다. 두 지역을 더하면 파괴된 건물이 1만6천249채, 훼손된 건물이 2천46채로, 파손된 건물의 총규모는 1만8천295채에 달한다.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 추정치에 대해 가장 최근에 나온 자료는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지난 4일 낸 보고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번 2건의 대형 산불로 인한 재산·자본 손실이 적게는 950억달러(약 137조원)에서 많게는 1천640억달러(약 2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산불에 대한 보험업계의 총 보험금 지급 비용 추정치는 400억달러(약 57조8천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에 가장 큰 산불이 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재력가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지역으로, 즐비했던 초고가 저택 수천 채가 전소되면서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 정도의 경제적 피해를 낸 산불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역사상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산불은 1871년 위스콘신주에서 발생한 ‘페시티고 산불’로 1천5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지만, 19세기에 발생한 화재여서 경제적 피해는 1억6천900만달러 정도로 추산된 바 있다.

LA 산불 이전까지 있었던 산불 중 역대 최고 피해액은 2018년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캠프 산불’ 당시에 기록된 125억달러(약 18조원)였다.

2023년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마을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제적 피해 규모는 약 60억달러(약 8조7천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LA 산불은 캘리포니아 보험업계와 재보험 업체에도 큰 타격을 주면서 보험회사들이 이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민들은 향후 더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거나,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등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또 산불 이재민들의 주택 임차 수요가 폭증하면서 LA 카운티 내 주택 임대료는 이전보다 20% 넘게 올랐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당국은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이후 본격적인 잔해 철거와 재건 작업에 나섰지만, 인프라와 주택이 복구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캠프 산불’ 당시에도 파손된 1만8천여채의 건물 잔해를 정리하는 데에만 9개월이 걸렸다.

또 보험금 지급과 각종 건축 절차 허가·승인이 이뤄져 건물이 완공되기까지는 평균 3∼5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주택 전소’ 등 한인 피해도 다수

산불 발생 초기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한인 피해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LA 한인회는 산불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까지 한인회에 직접 산불 피해를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15건 있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화재로 주택이 전소되거나 창고 등 일부 시설이 파손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본 사례도 여러 건 있었다.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서는 은퇴 후 평생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한 뒤 이 집을 담보로 한 대출로 다른 주택 2채를 더 매입했다가 이들 3채가 모두 불에 타 큰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고 한인회는 전했다.

한인회는 또 한인 교회와 관련 단체 등을 통해 전해 들은 크고 작은 피해 사례도 300건 정도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만 여기에는 단수와 정전 등으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 사례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인회는 설명했다.

제프 리 LA 한인회 사무국장은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 거주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 약 180가구 정도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런 피해 가구 중에서도 일부는 피해 입증에 필요한 최소한의 서류도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최종적으로는 100∼120가구가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한인회는 예상했다.

한인회는 지난달 21일 성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지난 5일까지 13만8천305달러(약 2억원)를 모았다.

한인회는 내달 중순까지 총 25만달러(약 3억6천만원) 정도를 모금한 뒤 내달 말께부터 실질적인 지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테슬라 주가 9% 급등…트럼프, 車 관세 부과 보류 가능성

엔비디아·메타 3%대 상승 등 주요 대형 기술주 일제히 ↑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24일(현지시간) 10% 가까이 급등하고 있다. 미 동부 ...

“현대차 그룹, 24일, 5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계획 발표”

로이터·CNBC "백악관서 정의선 회장,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발표" 韓기업, 트럼프 2기 첫 대규모 투자…4월2일 '상호관세' 앞두고 나와 현대자동차그룹이 24일 200억 ...

차 타이어 절도범이 차주에 총격

24일 자정 조금 넘어, 노스 힐스 지역에서 자동차 타이어 절도범이 차주의 남편에게 총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엘에이 경찰국(LAPD) 대변인에 따르면, ...

미국 사회보장국 서비스 악화 우려 급증

미국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이 직면한 고객 서비스 문제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사회보장국은 직원을 감축하고, 수급자들이 전화로 할 수 있는 업무를 제한하며, ...

“거리를 점령한 무법자들, 500대 차량 불법 거리점거, 시민 안전 위협”

지난 주말, 로스앤젤레스의 한 교차로에서 대규모 불법 거리 점유 사건이 발생해 당국과 시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3월 23일 일요일 오후 ...

트럼프,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 강화

이민세관단속국(ICE), 콜롬비아대 졸업생 마흐무드 할릴 체포... 활동가들 "표현의 자유 위협"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미국 내 ...

3월  24일  라디오서울 모닝뉴스 헤드라인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했습니다. 탄핵 소추된 지 87일 만으로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했습니다. • 헌재는 한덕수 대행이 ...

캘리포니아주, ICE 사칭범에 대한 경고 발령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 속 이민자 사기 증가 우려 캘리포니아주가 연방 이민 단속국(ICE) 요원을 사칭하는 사기범들에 대해 강력 경고했습니다 ...

논란의 ‘백설공주’,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

개봉 전부터 캐스팅 등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디즈니의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개봉 첫 주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BBC방송은 24일(현지시간) ...

실종 한인 3명, 그랜드캐년 인근 22중 추돌사고 연관 가능성

경찰, 불에 탄 차량들 속에서 실종자 관련 증거 조사 중 실종 한인 3명, 추돌사고 연루 추정..지난 13일 그랜드캐년 여행길에 나섰던 ...

타이거 우즈, 트럼프 대통령 전 며느리와 연애 인정

타이거 우즈(미국)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며느리였던 바네사 트럼프와 사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즈는 24일(한국시간) 소셜미디어에 바네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과 ...

“15세 소년과 사귀다가 아이까지 출산” 아이슬란드 아동부 장관 사임

36년 전 22세 때 미성년자와 교제아들 낳은 뒤 현재 남편 만나자 절교"아이 못 본 채 18년간 양육비 요구받아" 북유럽 아이슬란드 ...

테슬라, 이어지는 리콜..안전 논란의 중심으로

잇따른 리콜, 전기차 신뢰에 금 가나? 테슬라는 전기차와 청정 에너지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잦은 리콜 문제로 인해 소비자 ...

“한국, 트럼프의 ‘상호관세’ 표적국 포함 전망…4월 2일 즉시 발효”

"WSJ '수십년간 없던 수준의 관세 부과 예상'...자동차·반도체 등 품목관세는 보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부과할 예정인 상호관세의 표적국 명단에 ...

르세라핌 ‘핫’,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9위로 데뷔

자체 통산 네 번째 '빌보드 200' 톱 10 기록 걸그룹 르세라핌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핫'(HOT)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

헌법재판소,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 기각…

'재판관 임명 보류는 위헌' 일부 인정…인정 4명 "파면할 잘못은 아냐" "계엄 때 적극적 행위 없었다…권한대행 탄핵 정족수는 국무총리 기준" 헌법재판소가 ...

두통 있다면 ‘이것’부터 끊으세요···3개월 만에 두통 일수 절반 ‘뚝’

약물과용 두통 환자 309명 연구 결과 보니 두통약 감량한 환자, 두통 일수 24→12일 만성 두통으로 힘듦을 겪고 있다면 정작 두통약부터 ...

미국인 해외 이주 열풍.. 생활비가 주된 원인..

해리스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 절반 가까이 해외 이주 고려 중 최근 해리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거의 절반의 미국인들이 행복을 위해 ...

“우롱당했다!” 브루클린 쉽스헤드 베이, 노숙자 쉼터 건설에 들끓는 분노

애초 저렴 주택 개발 약속 뒤집고 쉼터 건설 강행...주민들 "기만 행위" 맹비난 뉴욕 브루클린, 쉽스헤드 베이 지역 주민들이 시 당국의 ...

카노가 파크, 교차로 교각 투신 사건 발생

카노가 파크의 하트 스트리트와 토팡가 캐니언 블루버드 교차로에서 다리에서 뛰어내린 사람에 대한 구조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여 상황을 처리 ...

뉴진스, 눈물의 활동 중단 선언

"잠시 멈추기로 결정..법원 판단 존중" 걸 그룹 뉴진스(NJZ,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이 일시적인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뉴진스는 ...

톰 호먼, “추방 비행기에는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사람들로 가득”

베네수엘라 갱단 혐의 200여명 추방 논란에 대한 반박 톰 호먼 미국 국경 차르는 2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기반 국제적 갱단 '트렌 데 ...

尹대통령, 오늘 두번째 형사재판 준비기일…직접 출석은 안 해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재판’ 증인으로 재소환…21일엔 불출석 윤석열 대통령의 형사재판 두 번째 준비 기일이 24일(이하 한국시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

산청 산불 밤새 노력에도 진화율 71%

일출 후 헬기 투입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가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강풍 등 영향으로 좀처럼 불길이 ...

연방 국세청과 ICE 정보 공유 임박

연방 국세청이 불체자 단속을 위해 연방 이민 세관국과 납세자 정보를 공유하는 합의가 타결이 임박했습니다 지난 수주일동안 연방 국세청과 연방 이민 ...

“트럼프 정부, 세금 정보로 불법 이민자 추적 “

IRS와 ICE 간 데이터 공유 합의 임박... 이민자 단체 "납세자 기밀 침해" 반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체류 이민자 색출을 위해 ...

與 “대선 전 ‘이재명 아웃’ 가능성”…커지는 기대감

차기 대통령 취임은 '60일+α', 이재명 대법 선고까지 90여 일박찬대 "25일 尹 파면돼야" 재촉, 권성동 "사법부 시계 이재명에 맞추라는 것""이재명 사법리스크 매몰됐다가 ...

테슬라, 머스크 논란과 방화 공격에 보험료 폭등 위기

"일론이 미치기 전에 구매했다" 스티커까지 등장... 트럼프 관세까지 겹쳐 소유자들 이중고 테슬라 차량 소유자들이 예상치 못한 보험료 급등에 직면할 수 ...

숫자로 이해하는 트럼프의 정책

미 부채를 보면 트럼프의 정책 방향이 보인다 요즘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하는 정책 방향을 보면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트럼프로 삼행시를 지어 ...

트럼프를 ‘장사꾼’으로만 봐야 하나 

트럼프 관세전략 해밀턴에서 유래미 제조업 육성으로 정책기조 변화EU 등도 지역 내 산업 키우기 나서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커다란 위기신산업 및 금융정책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