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한때 세계 반도체 업계를 선도했던 인텔의 몰락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게이츠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텔이 이렇게 길을 잃었다는 것이 정말 충격적이다”라며 인텔의 현재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1980~90년대 PC 시대를 함께 이끌며 IT 혁명을 주도한 핵심 기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인텔은 경쟁사들에게 밀리며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가 전사적 구조조정과 함께 갑작스럽게 사임한 후, 인텔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게이츠는 “인텔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항상 회사를 최첨단 기술 수준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의 인텔은 칩 설계와 제조 모두에서 뒤처지고 있다. 두 분야 모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칩 시장에서 인텔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엔비디아(Nvidia)는 기업용 AI 칩 시장을 장악했지만, 인텔은 이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는 “인텔은 AI 칩 혁명을 놓쳤고, 엔비디아나 퀄컴(Qualcomm)과 같은 기업들이 활용하는 표준조차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이츠는 과거 겔싱어가 인텔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국 쉽지 않은 싸움이었음을 인정했다. “팻 겔싱어는 용감하게 ‘설계와 제조를 모두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나는 그의 성공을 기대했고, 나라(미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인텔이 회복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텔은 현재 AMD, 애플, 퀄컴과 같은 경쟁사들에게 밀리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대만의 TSMC와 협력해 첨단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도 반격을 준비 중이다. 오는 2025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팬서 레이크(Panther Lake)’ 프로세서에는 인텔의 최신 제조 공정인 ‘18A’가 적용될 예정이다.
한편, 게이츠는 최근 PCMag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기술 도입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를 오피스(Office) 제품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의견을 내고 있다. 원하는 속도로 진행되지 않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더욱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도록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