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명령 9066호와 트럼프의 행정명령 통치

U.S. President Donald Trump signs documents as he issues executive orders and pardons for January 6 defendants in the Oval Office at the White House on Inauguration Day in Washington, U.S., January 20, 2025. REUTERS/Carlos Barria

트럼프, 취임 2주여만에 1기 연평균 이상 행정명령 내리며 속도전

행정명령, 대통령 권한이나 잘못 사용 사례도…트럼프도 위법·위헌 논란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미국 미술관(SAAM)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일본계 미국 여성 화가 3명을 조명하는 기획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미키 하야카나(1899~1953), 히사코 히비(1907~1991), 미네 오쿠보(1912~2001) 등 3인의 작품을 ‘소속감의 그림들(Pictures of Belonging)’이란 주제 아래 모은 이 특별전의 기획 의도는 비(非)백인 배척 시대를 살면서 저평가된 이들을 예술적으로 합당한 위치에 되돌리는 것이라고 SAAM은 밝히고 있다.

이들 3인의 화가는 일제의 진주만 공격(1941년) 이후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이 1942년 2월 서명한 행정명령 9066호에 따라 수용소에 감금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사실상 강제 이주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행정명령 9066호는 민간인을 군사 지역에서 이주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지만 일본계 미국인을 대상으로만 적용됐다. 캘리포니아 등 군사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일본계 미국인들은 같은 해 3월부터 강제 대피 명목으로 이른바 ‘집합센터(Assembly Center)’에 수용됐으며 여기에는 히비와 오쿠보도 포함돼 있다.

미군은 강제 수용 직전에 대피를 권고했으며 이에 따라 하야카나는 연고가 없는 지역인 뉴멕시코로 이주하면서 강제 수용은 피했다.

국립기록보관소에 따르면 이 행정명령에 따라 12만5천명 정도가 캠프에 강제수용 됐으며 이 가운데 7만명은 미국 시민권자였다.

이 행정명령은 일제의 태평양 전쟁 개전에 따라 서부 지역의 일본계 미국인이 적국과 내통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 더 가깝고 일본계 미국인이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했던 하와이에서는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강제 수용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립기록보관소는 행정명령 전에 서부 지역에서 일본계 미국인과 경제적으로 경쟁하거나 반(反)이민주의자들이 대(對)의회 로비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당시 나치 독일과도 유럽을 무대로 격렬하게 전쟁을 치렀으나 2차 세계대전 때 강제 수용된 미국 내 독일계 주민은 1만1천명 정도다.

독일계 주민에 대한 이런 수용 조치는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에 따른 개별적 조사를 토대로 이뤄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행정명령 9066호는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기반한 차별적 조치라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 연방 정부는 1982년 행정명령 9066호에 대한 조치가 군사적 필요성이 아닌 인종적 편견, 전쟁 히스테리, 정치적 리더십 실패의 결과라고 결론을 냈다.

이 행정명령 9066호는 미국 내에서 악명이 높은 행정명령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대통령들은 취임 한 달 뒤에 사망한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행정명령을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런 행정명령은 미국 헌법 2조 및 대통령의 재량권을 인정한 관련 법들에 근거하고 있다. 새롭게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명령에는 항상 그 명령의 근거가 되는 법들이 인용돼 있다.

행정명령 중에는 상징적인 조치도 적지 않지만, 사실 의회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행정명령에 가장 많이 서명한 사람은 가장 오래 대통령으로 재직(1933~1945년)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3천721개)이다.

1기 집권 때 4년 동안 모두 220개의 행정 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후 7일 낮까지 58개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2주여만에 1기 때의 1년 평균(55개)보다 많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나아가 행정명령 분야도 이민, 에너지, 외교, 문화, 정부 기관, 범죄, 물, 국방 등 사실상 국정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는 출생시민권제도 폐지 등과 같이 헌법과 대법원 판례에 위배되는 명령도 있지만 견제는 법원을 통해서 뒤늦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통치’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민주주의에 가져올 후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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