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이 치매 진단받은 이유? 집에서 나온 ‘이것’ 때문

3년간 보일러 누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후 혈관성 치매 등 후유증 심각
일산화탄소 중독, 초기 파악 힘들어
난방기구 점검·환기 등 예방 철저해야

영국의 한 여성이 자택 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과거 마약 의심 증상과 치매 진단까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영국 ITV 방송은 최근 30대 중반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극심한 두통, 어지러움, 집중력 저하로 3년간 고통을 겪은 수 웨스트우드-러틀리지(52)의 사연을 전했다. 영국 체셔주 세일에 사는 수는 당시 증상이 점점 악화해 결국 집에서 쓰러졌고, 주요 장기가 기능을 멈추면서 사망 직전까지 이르렀다. 이후 의식을 회복하고 통원 치료를 받았지만, 의사들은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수가 코카인을 복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거나 치매의 조기 발병을 의심하기도 했다.

수에게 원인 모를 증세가 나타난 이유는 가스 정기 점검 과정에서 밝혀졌다. 부실하게 설치된 보일러에서 새어 나온 일산화탄소 중독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는 “엔지니어가 나에게 ‘즉시 집에서 나가라’고 말했을 때의 표정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회상했다.

수는 자신과 가족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지만, 항상 창문을 열어두고 있었기 때문에 사망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 결과 침실의 붙박이장 아래 배관이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았고, 사무실과 여섯 살 아들의 침실에서 가까운 보일러의 연결 장치도 잘못 설치돼 거기서도 일산화탄소가 새고 있었다”라며 “낮에는 사무실에서, 밤에는 침대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셈”이라고 밝혔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했다. 치명적인 가스에 3년간 노출된 수는 현재 혈관성 치매, 섬유근육통 등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 또 신경 손상으로 양쪽 손 수술을 받았고, 몇 년 동안 짧은 문단 이상의 글을 읽을 수 없어 독해력을 다시 키워야 했다. 치매 검사 결과 기억력은 80대 노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았다. 주치의는 수의 상태를 뇌졸중 환자와 비교하기도 했다.

‘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중독 주의

게티이미지뱅크

수의 사례처럼 일산화탄소 중독은 초기 증상을 알아차리기 힘들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 무미의 가스로 흡입 시 세포에 산소 공급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산화탄소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영국의 자선단체 CO 가스 안전재단(CO Gas Safety)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매년 약 3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며, 4,000명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단체는 중독 사례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실제 피해자 수가 최대 5배까지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같은 달 27일에는 경북 구미시의 한 주택에서 60대 여성이 화목보일러가 설치된 거실에서 잠들었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대형 참사도 있었다. 2022년 10월 전북 무주의 한 주택에서 가족 6명이 보일러 가스 누출로 인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전원 사망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엔 난방에 의한 가스 사고는 점차 줄고 있는 반면 캠핑으로 인한 가스 사고는 2021년 49건, 2022년 39건, 2023년 65건 순으로 늘고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이 의심되면 창문을 개방하거나 즉시 중독 환경에서 탈출하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또 새로 설치한 보일러, 수리한 보일러, 장기간 방치한 보일러를 가동하기 전에는 가스가 누출되는지, 배기가스가 외부로 잘 배출되는지, 가스가 실내로 유입되거나 누출되는 곳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이상이 없다가도 바람이나 저기압, 추위 등에 의하여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