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그리는 ‘나의 아저씨’

배우 이선균이 뉴스매거진 시카고와 진행한 생전 마지막 인터뷰 장면.

故 이선균, 무책임한 공권력 피해자
집단 광기에 무너진 개인의 무력함
집단 광기 시대, 또 다른 피해자 우려

나도 유튜브를 좋아한다. 귀찮다며 끼니를 거르는 40대 후반 아저씨에겐 이만한 것도 없다. 손가락 까닥까닥, 첫 클릭만 적절하면 눈과 귀가 즐거울 콘텐츠를 끝없이 이어 볼 수 있다. 금이야 옥이야 아들 귀한 어머니에게 ‘등짝 스매싱’부터 맞을 일이겠지만, 지금은 분명 밥보다 유튜브다.

무료하게 널브러졌던 지난 연휴,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유튜브 그물에 걸렸다. 일본 연수 시절, 하라는 일본어 공부는 안 하고 몇 번이나 돌려봤던 드라마. 족히 5번은 봤고 물릴 만큼 물리기도 할 텐데, 이선균 배우는 여전히 거기에 반갑게 있었다. 불행한 인생살이에 심장이 딱딱해진 여주인공(아이유)을 ‘편안함에 이를 때’까지 지켜주던 키다리 아저씨. 그에게 역시 안성맞춤이란 생각도 달라지지 않았다. 부러운 목소리도, 칭얼거리는 표정도 바뀐 건 없었다.

알다시피, 그는 극중 노래처럼 “아득히 먼 곳”으로 훌쩍 떠났다. 이젠 드라마에서 속세를 떠난 윤상훈처럼 “우리의 추억”이 됐다. 허망한 걸음으로 떠난 것도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 극중 대사로 추모했고, 그의 죽음을 언젠가는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먹었다. 번번이 기회를 놓쳤지만,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다.

그는 외롭고, 무력한 인간이었다. 최근에 유명을 달리한 배우 김새론처럼, 익명의 집단이 가하는 린치를 견디지 못한 채 극단을 선택했다. 조리돌림 이상으로 가해지는 비아냥과 폭력에 대항하기엔 개별 인간의 힘은 참으로 보잘것없다는 걸 새삼 알게 해줬다.

화를 부른 건 무책임한 공권력이었다.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건 무책임한 수사 정보 유출이었다. 드러난 팩트는 아니겠지만, 그 배경에 경찰이란 공권력 집단의 불순한 노림수가 있었다고 믿는 편이다. 야심 찼던 지드래곤 수사가 물거품이 되자 그 후폭풍을 잠재우려는 또 다른 타깃이 필요했고, 이선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꽤나 신빙성 있는 의혹이다. 비공개 소환 요청을 묵살하고 굳이 포토라인에, 그것도 세 번이나 연달아 세운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후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그 ‘누군가’들은, 깃털 일부를 구속도 하지 않은 채 검찰에 넘기곤, 유감 표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들 입은, 어떻게 그렇게 무겁기만 한 걸까.

1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의 뻘짓에 나라가 난리통이다. 탄핵 반대와 찬성을 두고, 광기의 집단이 똘똘 뭉치고 있다. 광장은 둘로 쪼개졌고, 양쪽은 서로를 공격하고 저주한다. 힘을 가진 이들은 불순한 목적으로 이들을 부추긴다. 차기 대권을 욕망하며 티격태격하는 사이, 여객기는 떨어졌고 공사 중 다리는 무너졌다.

‘외양간을 고쳐야 소를 잃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또 소를 잃는다. 영화 ‘아저씨’에 또 다른 아저씨(원빈)의 “미안하다, 그때 모르는 척해서”라는 말처럼 반성만 할 뿐, 정작 달라지진 않는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선이 그어지면서, 공권력의 장난질과 광기의 집단 폭력은 ‘제2의 이선균’을 노릴 것이다.

언론도 책임이 있는 거 아냐? 호통을 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죄 없는 이를 사지로 몰아넣은 이들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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