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정교해지는 신분 도용 범죄
가까운 사람도 믿지 마세요… 지인에 의한 신분 도용 증가
“친언니가 자동차를 구입한다길래 소셜시큐리티넘버(SSN)와 ID를 빌려줬어요.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신분 도용 범죄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보이스 피싱뿐만 아니라 가까운 지인에 의한 신분 도용도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친언니의 부탁으로 개인정보를 빌려줬다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언니가 A씨의 정보로 자동차를 구입하고 월 페이먼트를 내지 않은 것입니다.
또 다른 한인 B씨는 사업을 시작할 때 동업자와 서로 개인정보를 교환했는데, 동업자가 자신의 정보를 이용해 보증인으로 세운 후 렌트비를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최근 신분 도용(ID theft)과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140만 건의 신분 도용 사건이 접수됐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술이 발전하며 신분 도용 범죄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분 도용은 타인의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자동차 구매, 대출, 신용카드 사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브래드 리 변호사에 따르면, 보이스 피싱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민감하나 정보를 갈취당하는 사기행각도 있지만, 의외로 지인에 의해서도 신분 도용이 종종 발생합니다. 지인을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가 뜻밖의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파트를 구하기 힘들어 소셜시큐리티 번호와 개인정보를 주고 보증을 서줬는데, 그 지인이 정보를 가지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분 도용이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의외로 아는 사람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브래드 리 변호사는 전했습니다.
신분 도용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먼저 연방무역위원회(FTC)에 신고해야 합니다. 신분 도용 핫라인(877-438-4338)을 통해 신고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브래드 변호사는 세 군데 신용조사 기관인 에퀴팩스(Equifax), 익스페리언(Experian), 트랜스유니온(TransUnion)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곳에 신분 도용 피해를 신고해 놓으면, 누군가 자신의 정보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대출을 신청할 때 본인 확인을 위해 연락이 옵니다. 다만 브래드 리 변호사는 “본인이 정상적으로 신용을 사용할 때도 계속 연락을 받을 수 있어 귀찮은 점이 있을 수 있지만,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브래드 리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100% 믿기 전에는 개인정보를 빌려주지 말 것,” “정부 기관이라고 주장하며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에 직접 연락할 것,” “개인정보를 제공하더라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약속을 받을 것.” 그리고 “생년월일, 운전면허 번호, 소셜시큐리티 번호와 같은 민감 정보는 특별히 보호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개인정보를 불법적인 의도로 타인에게 넘기는 행위는 사기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정보를 넘겨받은 당시의 의도가 중요하며, 그 자체로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직접적인 금전적 이득이 없더라도, 광고회사 등에 정보 제공을 통해 할인 쿠폰을 받는 등의 간접적 이익을 얻었다면 이 역시 불법적인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믿는 지인이라도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하며, 만약 오용된다면 즉시 관련 기관에 연락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신분 도용 범죄는 경기 침체기에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피해가 더 클 수 있으므로 피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디오서울 강채은 기자 | chasekarng@radioseoul165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