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 미국,길 위의 삶이 늘어간다…‘역대급’ 치솟은 홈리스, 무슨 일?

2024년 7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키드로우에 있는 노숙자 텐트촌. AFP연합뉴스

美 홈리스 2024년 전년比 18% 늘어 77만명
1인당 GDP 8만弗 넘어 G7 국가 압도하지만
높은 주거비·늘어난 이민 등에 사상 최대 노숙
지니계수 등 불균형 지표 ‘심각’ 수준 지적 나와
자본 쏠림·무역확대·기술변화 등에 불균형 우려
부의 격차 개선 위해 ‘부유세’ 도입 주장나오지만
일자리 줄고 자본축적 줄어 ‘성장 브레이크’ 우려
불평등 해결하려면 생산성 개선 힘써야 진단도

“우리는 워싱턴 D.C. 시장에 보기 흉한 노숙인(Homeless) 캠프를 모두 정리해야 한다고 통보했습니다. 국무부 앞과 백악관 근처 노숙인 캠프를 포함해 말입니다. 만약 그가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 우리가 대신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워싱턴 D.C.는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여야 합니다! 우리는 위대한 수도를 다시 자랑스럽게 여기고 싶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입니다. 워싱턴 D.C.주요 거리를 차지한 노숙인 텐트의 문제가 심각하니 시장이 정리하라는 얘기죠. 조치가 없으면 연방 정부가 나서겠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 계정 게시물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 계정 게시물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노숙인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대선 공약(어젠다 47)에도 관련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제가 백악관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노숙인을 거리에서 쫓아내기 위해 모든 도구, 수단, 권한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 거리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더럽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동정심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을 도울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 노숙인을 수용하는 ‘텐트 도시’를 만들겠다고 그는 공언했습니다.

사실 미국을 방문해본 경험이 있으면 아실 겁니다. 노숙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말이죠.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처럼 정치적 쟁점으로도 비화할 만큼 이는 미국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이슈 중 하나입니다. 한편으론 역설적인 장면으로도 보입니다. 미국은 억만장자들이 즐비한 ‘부자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때만 되면 누구의 재산이 수천억 달러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옵니다. ‘자본주의 끝판왕’ 미국이라는 나라의 빈부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죠. 이번 ‘데이터리포트’가 부의 불균형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3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 관계자들이 노숙인 캠프를 철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5년 3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 관계자들이 노숙인 캠프를 철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4년 美 전역 노숙인이 77.1만명…1년 만에 최고 경신

미국에서 노숙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는데요.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되는 현상입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전역의 노숙인은 77만 1480명입니다. 2023년 대비 18.1%가 늘었습니다. HUD는 2007년부터 관련 통계를 공개하고 있는데 지난해 노숙인 수치는 역대 최대치입니다. 앞서 2023년 통계에서도 역대 최대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1년 만에 해당 기록을 경신한 것이죠. 치솟는 집값, 늘어나는 이민자, 높은 인플레이션, 정체된 임금, 노숙자 지원 프로그램의 종료 등이 사태에 영향을 줬다고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HUD는 PIT(Point in Time) 조사 방식을 쓴다고 합니다. 매년 1월 말 특정 일에 거리 및 보호시설 등에 있는 노숙인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조사 방식의 한계는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를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통계에 포함되지 못하는 노숙인 또한 상당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에 실제 거리에 있는 이들은 77만 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통계는 노숙을 여려 유형별로 분류해 정보를 전달합니다. 지난해의 경우 가족 단위 노숙이 크게 늘어난 점이 주목됩니다. 특히 18세 이하의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노숙은 25만 9473명으로 전년 대비 39.4%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도 분류가 되는데요. 캘리포니아주가 18만 7084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뉴욕주 15만 8019명, 워싱턴주 3만 1554명, 플로리다주 3만 1362명, 매사추세츠주 2만 9360명, 텍사스주 2만 7987명 등이 뒤를 잇습니다.

앞서 노숙인 이슈는 정치 이슈로 비화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지역별 통계를 다시 보시죠. 상위 3개 지역은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워싱턴주입니다. 이들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이죠. 반대 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진보의 실패’라고 비판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WSJ은 지난해 사설을 통해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지역)의 노숙인 붐’이라고 꼬집은 적이 있습니다.

‘부자나라’ 미국의 두 얼굴

미국에는 부자도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024년 8만 6601달러(1억 2617만원)를 기록했습니다. 주요 7개국(G7)이라 불리는 캐나다(5만 3834 달러), 영국(5만 2423달러), 독일(5만 5521달러), 프랑스(4만 8011달러), 이탈리아(4만 286달러), 일본(3만 2859달러) 등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입니다.(2024년 연 평균 환율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봐도 맥락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다는 부자들이 즐비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포스브에서 발표하는 억만장자 리스트를 보면 최상위권에는 국적이 미국이거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1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2위),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3위),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4위), 버크셔 해서웨의 워런 버핏(6위) 등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만큼 격차가 큰 사회가 미국이라는 뜻입니다.

가진 사람이 더 가져간다?

사실 빈부 격차, 부의 불평등이 없을 순 없습니다. 차이가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격차입니다. 부의 양극화가 심할 수록 사회는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나타나는 이 격차 수준은 비교적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한번 보시죠. 미국의 상위 0.1%에서 하위 50%까지 소득 수준별로 나눠 2000년부터 2024년까지 각 계층의 자산이 어떻게 변했는지 나타내는 그림입니다. 위쪽부터 표시된 세 가지 색깔(짙은 녹색, 연한 녹색, 청회색)이 포함한 영역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상위 10%가 가지는 총 자산입니다. 2024년 3분기 기준 약 112조 달러 규모입니다. 5년 전보다 43% 늘어났습니다. 전체 중 67.3%에 해당합니다. 상위 10%가 전체 부의 약 70% 가까이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그림에 나타난 세 개의 선 중 진한 파란색 선이 소득 상위 10%의 순자산 중윗값입니다. 2022년 기준 264만 9000달러인데요. 전년 대비 43.8% 늘어났습니다. 제일 아래에 있는 붉은 선이 소득 60~79.9%에 해당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의 순 자산은 3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6% 늘었습니다. 이 그래프에 포함하진 않았지만 최하층과 비교하면 계층 간 재산 증가율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그래프 하나 더 보겠습니다. 미국의 지니계수를 나타낸 것입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계수가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0이 ‘완전 평등’ 1이 ‘완전 불평등’입니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발표한 2022년 지니계수는 0.488입니다. 세전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한 값인데요. 2021년 0.494에서 1.2%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대체로 우상향 추세를 나타냅니다. 미국 지니계수는 선진국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비교한 자료가 있는데요. 2021년 세후 소득이 기준입니다. 미국이 0.375입니다. 영국(0.354), 일본(0.338), 프랑스(0.298), 캐나다(0.292) 등 국가보다 소득 불평등 정도가 큰 것으로 나타납니다.

부의 불균형…왜?

부의 불균형, 빈부격차는 주류 경제학이 비중 있게 다룬 주제는 아닙니다. 문제 의식을 느끼지만 그만큼 어렵고 복잡해 해법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은 분야가 불평등 분야입니다. 체계적인 분석이나 연구 결과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실제 많은 경제학 교과서들은 빈부격차와 관련한 내용은 극히 제한적으로 다룹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의 불균형 문제를 연구해 크게 주목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10여 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0세기 자본’입니다. 물론 그의 주장은 추후 여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18세기부터 이어지는 막대한 자료를 분석해 불평등 현상을 실증 분석하고 진단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학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가 설명하는 불평등 원인을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아(r > g) 불평등이 누적됐다는 겁니다. 즉 이자, 배당, 임대료 등 재산을 가지고 벌어들이는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보니 부를 가진 사람들은 점점 더 풍족해지는 반면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경우 뒤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향후 추세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부의 불평등도 심화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아래 그래프를 참고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김낙년 교수 논문(불평등의 경제사: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재인용한 그림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역사적으로 자본수익률은 약 4~5% 수준이며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부의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설명입니다.

무역을 했더니 누군가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불평등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조세, 기술, 문화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슈가 바로 국제무역입니다. 즉 무역을 통해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전체 부의 파이는 커졌지만 그 사이에 비숙련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받게 된다는 지적입니다.

이전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관련 기사 ‘넘쳐난 중국산이 삶을 망쳤다’…무너진 아메리칸드림, 무역질서 뒤흔들다 [Datareport]) 미국의 제조업 고용 추세를 한번 보시죠. 아래는 이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미국의 제조업 고용을 월간 단위로 점을 찍어 추세를 나타낸 것인데요. 1990년 1월 1779만 7000명에 이르던 제조업 고용자가 2000년 들어 급격히 줄기 시작합니다. 이후 2010년 2월 1144만 명까지 빠집니다. 이 현상에 큰 영향을 준 두 사건이 바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평가받습니다. 자유무역의 확대를 의미하는 사례들입니다. 이후 미국의 산업 구조가 바뀌고 제조업 노동자 특히 미숙련 노동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한 분석은 노동경제학의 석학 데이비드 오토(David Autor) 교수의 ‘차이나 쇼크’ 논문에 잘 드러납니다. (지난 기사에서 설명했던 내용으로 다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결국 국가는 무역으로 삶이 변한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과제를 부여받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 기존 정부 지원은 부족했다고 데이비드 오토 교수는 지적합니다.

부유세 때리면 불평등 해소될까?…“글쎄”

부의 격차,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련 이슈가 커질 때마다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부유세(Wealth Tax)입니다. 고소득을 올리고 상당한 자산을 가진 이들에게 높은 세금을 적용해 벌어진 격차를 줄이자는 주장이죠.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아래 표는 샌더스 의원이 내세운 부유세 정책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부유세를 통해 부의 격차를 줄이고 국가의 세수까지 늘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AP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AP연합뉴스

하지만 부유세가 그들 생각만큼 문제 개선에 큰 효과가 없다는 반론도 상당합니다. 부유세는 세금입니다. 세금은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게 됩니다. 초고소득층에게 높은 세금을 적용하더라도 이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이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됩니다. 탈세를 한다든지 해외로 재산을 이전한다든지 등 여러 방안이 동원될 겁니다. 게다가 높은 세금은 오히려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많은 부의 창출 자체를 가로막는 결과를 이끌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피케티 교수 역시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는데요. 그는 자산별 구간을 나눠 많게는 2%의 부유세 적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조세 연구기관인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의 견해는 다소 차이가 납니다. 2014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피케티 교수의 제안이 시행되면 자본축적이 13.3%가 감소하고 일자리는 88만 6000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 GDP는 4.9%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분배 개선하려면 생산성 높여야”

일부 경제학자들은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결국 소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산성입니다. 생산성을 높여 소득을 보완하고 불평등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자료=ILO

자료=ILO

아래 표는 2024년 ILO에서 나온 논문(미국에서 부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원인)에서 분석한 결과입니다. 저자들은 1989~2016년 미국의 소비자재정 조사 결과를 검토해 부의 불평등 원인을 분석합니다. 색깔로 표시해둔 부분이 보이실 겁니다. 같은 열에 기록된 다른 숫자들보다 높죠. 이는 다른 요인들보다 성장률과 생산성이 불평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저자들이 분석한 결과 숙련노동, 기술, 세금 등 변수와 비교했을 때 부의 불평등에 생산성과 관련한 부분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생산성을 높이는 조치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위의 그림은 미국의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변화율입니다. 생산요소인 자본과 노동의 생산성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2000년대 초반 생산성 향상이 크게 나타지만 그 이후로 다소 둔화하는 흐름입니다. 최근 많은 외신들은 미국의 생산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전합니다. 앞으로 부의 불균형 문제 또한 나아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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