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H-1B) 소지 명문대 교수도 공항서 ‘강제추방’

공항.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로이터]

▶ 트럼프 ‘반이민’ 점입가경
▶ 브라운 의대 근무 여교수

▶ 입국심사서 이유없이 구금
▶ “CBP 명백한 권한 남용 합법이민자도 안심 못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경한 ‘반 이민 정책’이 펼쳐치면서 영주권자를 포함한 합법적 체류자들 역시 추방 위험에 놓인 가운데 이번에는 H-1B 취업비자를 소지한 아이비리그 대학 여성 교수가 공항 입국 과정에서 강제 추방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는 미국내 불체 신분 이민자들 뿐 아니라 합법 체류자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반 이민 드라이브’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 한인 이민자들의 긴장감 높아지고 있다.

17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브라운대 의대 신장이식 전문의 라샤 알라위(34) 교수는 유효한 H-1B 비자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고향인 레바논의 가족을 방문했다가 지난 13일 미국으로 돌아와 보스턴 공항에 내려 입국심사를 받던 중 구금됐다가 하루만에 강제 추방됐다. 이 과정에서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그녀를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구금했고, 또 추방 48시간 전에 법원에 통지를 하라는 연방 법원 측 명령을 어기고 단 하루만에 알라위 교수를 파리행 비행기에 태워 추방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알라위 교수 측 변호인은 레바논 주재 미국 영사관이 알라위가 레바논에 체류하는 동안 고숙련 외국인의 거주 및 취업을 허용하는 H-1B 비자를 발급했다고 지적했다. 알라위 교수는 2015년 베이루트 아메리칸대를 졸업, 2018년 오하이오 주립대와 워싱턴대에서 의학 펠로우십을 받았다. 이후 예일대에서 레지던트로 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브라운 대학 측은 즉각 유학생 및 연구자들에게 해외 여행을 삼갈 것을 권고하며 “국무부의 추가 지침이 나올 때까지 출국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에 대해 법조계와 시민단체, 학계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16일 연방 법원은 CBP가 추방 전 법원에 통지하라는 명령을 고의로 어겼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며 “심각한 혐의에 대해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이민법 변호사는 “H-1B 비자 소지자의 강제 추방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기조에 따른 CBP의 권한 남용 사례”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음주운전이나 마약과 같은 범죄기록이 ‘입국 취소’(inadmission) 사유는 될 수 있어도 ‘강제 추방’(deportation)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강제 추방은 국토안보부 산하 부서가 재판절차나 이민청원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추방하는 것을 말한다. 김 변호사는 “혹시라도 미국에서 범죄기록이 있다면 해외에 나가기 전 법원에서 기록을 발부받아 입국에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이 담긴 문서를 작성하고 입국시 이를 소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H-1B 비자는 미국 내 특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의 지원을 통해 신청할 수 있는 단기 취업비자 카테고리 중 하나다. 이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학사 이상의 학력 또는 전문학사 학위와 6년 이상의 직업경력이 필요한데, IT 분야를 비롯한 전문직에 종사하는 한인들도 많이 신청하는 비자다.

H-1B는 학사학위 소지자의 경우 1년에 총 6만5,000개,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에게는 2만개의 쿼타가 추가로 주어진다. 추첨없이 신청할 수 있는 H-1B도 있다. 이번에 추방된 라샤 알라위 교수처럼 스폰서 회사가 대학 또는 대학과 연계된 연구기관일 경우에는 추첨없이 언제든지 신청이 가능하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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