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계 2050’ 그리고 기후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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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인공지능(AI)이 편곡한 특별한 클래식 음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계 2050’이란 이름의 공연으로 비발디의 명곡에 한국의 2050년 기후 예측 데이터를 AI로 편곡한 작품이었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처음 공개된 이 프로젝트는 원곡의 자연현상 묘사를 분석한 뒤 국가별 예측 데이터를 입히는 방식으로 전 세계가 맞닥뜨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만난 ‘2050년 서울의 사계절’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새봄을 노래하는 새들의 지저귐은 멸종으로 인해 사라졌고 수확을 만끽하는 가을의 풍성한 선율은 불협화음이 밀어냈다. 폭우와 화마를 연상하게 하는 타악기 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졌고, 자연의 경쾌함은 어두운 장송곡으로 바뀌었다.

최근 환경 정책을 향한 ‘한 남자의 역주행’을 보면서 이 불길한 선율이 다시금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파리기후협약 탈퇴, 청정에너지 예산 동결 등을 강행하며 지구를 뒤흔들고 있다. 자신의 취임식조차 이상 한파 탓에 40년 만에 실내에서 열리는 이변을 겪었지만 외려 ‘기후 위기는 사기’라며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이 기후를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화당이 연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는 해외오염관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FPF)이 그것이다. 미국에 수출되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미국판이라고 할 수 있다.

벌써부터 ‘친환경을 표방한 관세’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이 주 타깃이지만 트럼프식 ‘쇼미더머니’ 외교에서 이 칼을 중국에만 휘두를 리 없다. 미국 제품보다 탄소 집약도가 높은 제품은 어느 국가의 것이든 부과 대상이 될 수 있고 수출 중심 제조업 국가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환경 정책 후퇴와 전 지구적 기후 대응이 심각한 균열에 직면하면서 지구의 절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서울 면적 4분의 1이 소실됐고 일본에서도 30년 만의 대형 산불로 축구장 3000개 면적의 산림이 사라졌다. 생명의 음표는 지워지고 그 자리에 파괴와 죽음의 선율이 추가됐다.

2025년 버전의 ‘사계 2050’ 악보는 4년 전보다 더 황폐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환경 정책의 추진 속도를 늦추려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소식도 연일 들려오지만 우리에게는 남들처럼 늦추고 미룰 여유가 없다.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선율을 바꾸기 위해, 당장은 ‘기후 관세’라는 트럼프식 폭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페이스대로 행동을 이어가야 한다. 기후·환경 문제는 우리의 삶, 더 나아가 먹고 사는 문제와 멀리 떨어진 ‘한가한 주제’가 결코 아니다.

송주희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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