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강진 현장] 만달레이의 비극…무너진 사원첨탑, 옛왕조 수도 초토화

View of a collapsed building, in the aftermath of a strong earthquake, in Mandalay, Myanmar, March 31, 2025. REUTERS/Stringer TPX IMAGES OF THE DAY

11층 규모 아파트 6층만 남기도…규모 7.7 지진에 병원·호텔·주택 등 주저앉아

무너진 건물 잔해에 90명 매몰…유가족은 망연자실 눈물만

살아남은 자들, 여진 불안에 ‘노숙’…기자 투숙 호텔도 대피령

내전에 강진 겹치며 회복 ‘난망’…주민이 직접 중장비 동원해 사체 수습

31일 오전(현지시간) 찾은 미얀마 ‘제2 도시’이자 옛 왕조의 수도로 유서 깊은 만달레이는 지난 28일 덮친 규모 7.7 강진으로 그야말로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이날 들른 만달레이 아마라푸라 지역의 한 사원에서는 강진 참상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사원 입구부터 주요 건물 첨탑 등이 무너지고 주저 앉았다. 망가진 사원에는 승려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한 사원에서는 와불(臥佛)의 한 부분이 뜯겨 나가는 등 불상 일부가 부서지기도 했다.

왕궁에서도 한 건물이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45도 각도로 기울었다. 그나마 형태를 유지한 또 다른 한 왕궁 건물은 주변 벽이 심하게 부서졌다.

불교국가 미얀마를 상징하는 사원과 왕조의 영화를 드러냈던 왕궁도 지진 충격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지진 이후 주말을 보내고 이날 월요일을 맞은 주민들은 아침부터 일터로 향하며 일상 회복을 염원했지만, 도시 내부 곳곳에서는 참혹한 지진 피해 현장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무너진 학교, 병원, 호텔, 아파트가 곳곳에서 흉물처럼 서 있었다. 줄줄이 쓰러진 서민 주택 모습도 이어졌다.

2007년 미얀마의 제1 도시인 양곤과 함께 반정부 시위인 ‘사프란 혁명’으로 노랗게 물들었던 만달레이가 쓰러진 건물로 뒤덮인 암울한 도시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밤사이 여진이 또 올까 봐 집 밖에서 잠을 잤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관공서나 사원, 학교 운동장 등에 천막을 치고 머물렀다.

실제로 이날 새벽 기자가 숙박하던 5층 호텔에도 침대가 흔들릴 정도의 여진이 닥쳤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층마다 앉아있던 호텔 직원들은 방문을 두드리며 빨리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도로 상황도 엉망이었다.

도로 양쪽이 무너지면서 차 1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만 남아 아슬아슬하게 통과해야 하는 길들도 많았다. 다른 여러 도로는 아예 폐쇄됐다.

도로변에는 완전히 무너지거나 기울고 금이 간 집들이 두세 집 건너 한 집씩 보였다.

지진으로 갈라진 만달레이 도로

[연합뉴스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물 공급이 안 되다 보니 주민들은 우물터에서 물을 길어다가 나르거나 모여서 목욕했다.

연료 공급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문을 연 주유소 앞에는 긴 오토바이 줄이 섰고, 봉사단체가 운영하는 급식소에는 밥을 얻으려는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가장 처참한 곳은 무너진 건물들과 그 밑에 깔린 이들을 꺼내지 못하는 가족들 모습이었다.

만달레이 외국어대학 인근에 있는 아파트 스카이 빌라는 11층 규모였지만 지진으로 1∼5층이 주저앉아 6개 층만 남은 상태였다. 이 아파트에는 현재 9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층 규모 건물이 그대로 버티고 있다 보니 그 밑에 깔린 이들에는 접근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1층 아파트가 6층으로
11층 아파트가 6층으로(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31일 미얀마 만달레이에 무너져 내린 스카이 빌라. 11층 건물이 주저앉으면서 6층만 남았고 9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025.3.31 laecorp@yna.co.kr

일반인 접근은 통제된 상태였으며 통제선 밖에는 매몰된 사람들의 가족들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 눈물짓고 있었다.

우쩌두아웅(48) 씨는 “나는 큰 피해가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죽어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오랜 건물이 많은 구시가지 상황은 더 심각했다.

주류판매업을 하는 딴소우저(23) 씨는 가게 앞에 있는 ‘미얀마 예 호텔’이 쓰러지는 것을 눈앞에서 봤다.

딴소우저 씨는 “처음 큰 진동이 오자 호텔에 묵었던 사람들이 다 뛰쳐나왔다”며 “두 번째 진동이 오자 ‘어어’하는 사이 호텔이 스르륵 옆으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만달레이 그레이트월 호텔
만달레이 그레이트월 호텔(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미얀마 만달레이를 대표하는 그레이트월 호텔이 쓰러질 것처럼 옆으로 기울어져 있다. 2025.3.31. laecorp@yna.co.kr

큰 지진이 왔지만, 이를 수습하는 지원은 열악한 상황이다.

키마우수(57) 씨는 헬멧을 쓰고 인부 몇 명을 고용해 쓰러진 집을 다시 찾았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집에서 가재도구나 귀중품을 찾기 위해서였다.

키마우수씨는 “다른 가족들은 다 살았는데 100세인 이모는 빠져나오지 못 해 돌아가셨다”며 “내 돈으로 중장비를 빌려서 이모 사체를 수습할 수 있었고, 지금은 그냥 손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병원에 있다 보니 부상자들은 도움 받기 어려운 상태다.

아웅수웨이윙(61) 씨는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잔해에 깔렸고, 1시간 반 만에 구조됐다. 10명 가족 중 아웅수웨이윙씨와 사고 당시 밖에 있던 아내만 살았고 나머지 가족은 모두 숨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치료받았지만 입원하지 못하고, 퇴원해야 했고, 지금은 집이 무너져 집 앞에 침상을 깔고 노숙하고 있다.

아웅수웨이윙씨는 “정부에서 해 준 것은 이 침상이 전부”라며 “옆집에서 밥을 줘서 그나마 먹을 수는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 착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친 채로 노숙 중인 주민
다친 채로 노숙 중인 주민(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잔해에 깔려 다친 아웅수웨이윙(61)씨가 입원하지 못하고 집 앞에서 침상을 깔고 노숙하고 있다. 2025.3.31. laecorp@yna.co.kr

문제는 앞으로다.

많은 이가 매몰돼 있고, 이들을 수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미얀마는 4월께 기온이 가장 높으며 분지인 만달레이는 지금 최고 기온 40도를 넘나든다. 이런 상황에서 비라도 한번 오면 수인성 전염병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주민은 “뉴스에서는 구호단체와 구호금이 도달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라며 “살아남은 사람들이 건강히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얀마는 2021년 쿠데타 이후 지속된 내전으로 웬만한 인프라는 모두 무너진 상황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으로 심각한 타격까지 입으면서 회복은 막막한 실정이다.

한 만달레이 시민은 “군부가 들어선 뒤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치솟아 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데 지진까지 오면서 직장과 집을 잃게 돼 앞으로가 막막하다”며 눈물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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