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골칫거리 노숙자 문제…부자들이 나서야?

LA 노숙자들의 텐트촌 [미주 한국일보 박상혁 기자]

서부의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노숙자(homeless) 문제는 큰 골칫거리다.

영화 ‘라라랜드’의 환상적인 도시 풍경을 기대하며 LA에 당도한 관광객들은 시내 곳곳을 점령하다시피 한 노숙자 텐트촌을 맞닥뜨리고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겪게 된다.

세계적인 대도시 대부분이 부자와 빈자의 극단적인 격차를 드러내기 마련이지만 노숙자 텐트촌이 즐비한 LA다운타운(LADT)과, 그곳에서 차로 30분 정도만 가면 나오는 베벌리힐스의 초호화 저택들은 그야말로 극과 극의 풍경을 보여준다.

주택도시개발부(HUD)가 2022년 12월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노숙자 수는 17만1천521명으로 미국 전체 노숙자 수(58만2천462명)의 약 30%에 달한다.

LA홈리스서비스국(LAHSA) 집계에 따르면 작년 1월 기준 LA 카운티 내 노숙자 수는 7만5천518명, LA 시내 노숙자 수는 4만6천260명이다.

이 통계로 보면 미국 전체 노숙자의 약 3분의 1이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캘리포니아 전체 노숙자의 절반에 가까운 44%가 LA 대도시 권역에 살고 있는 셈이다.

LA에 특히 노숙자가 많은 배경으로는 여러 요인이 꼽히지만, 우선 사시사철 노숙이 가능한 온화한 기후를 빼놓을 수 없다.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한여름에는 햇볕이 뜨겁긴 해도 습도가 낮아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한 기후 덕에 LA에서는 길에 나앉아도 얼어 죽거나 열사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거의 없다. 또 땅이 넓고 곳곳에 공원도 많아 텐트를 칠 만한 공간도 많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특히 비싼 주택 임대료는 한계에 있는 저소득층을 노숙자로 내모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노숙자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시 당국에서도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노숙자 위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노숙자를 실내로 이동시키는 ‘인사이드 세이프'(Inside Safe) 정책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배스 시장은 노숙자 대책에 총예산 13억달러(약 1조8천억원)를 배정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인사이드 세이프’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시 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2천600명의 노숙자가 실내 거주지로 이동했으며, 이중 절반가량은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체 노숙자 중 4분의 1이 넘는 613명은 다시 거리로 돌아갔다.

노숙자들을 임시 숙박시설에 수용하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치안 유지 등 다른 부문에 드는 비용 증가로 시의 재정 압박이 점점 커지자 당국은 민간에서 기부받아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는 ‘LA4LA’ 캠페인을 발족했다.

배스 시장은 지난 15일 시정연설에서 이 캠페인을 알리면서 “이제 우리는 민간 부문의 인간애와 관대함을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장 부유한 ‘앤젤리노'(LA시민)들에게 자금을 기부해 이 노력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자들이 큰돈을 내놓아 노숙자들을 위한 주택 기반 마련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 배스 시장의 이런 캠페인은 진보 진영과 자선가들에게 박수받았다.

베벌리힐스에 기반을 둔 투자자이자 자선가 스티븐 J. 클루벡은 배스 시장의 시정연설에 참석해 LA4LA 캠페인을 칭찬하면서 자신이 여기에 100만달러(약 13억8천만원)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쓴소리도 나온다.

지역 매체 캘리포니아 글로브는 “배스 시장의 최근 시도에 대해 ‘기껏해야 부유한 주민들이 시에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비난했다”고 전했다.

여러 자선 단체와 조직 운영에 관여해온 변호사 얼리 켈리는 “내가 만난 고객들은 기부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그들이 LA4LA에 기부할 것 같지는 않다”며 “그들(시 당국)은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LA4LA)은 나쁜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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