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DOGE와 충돌… DDS 인력 대거 이탈, 국방 디지털 혁신 비상
미 국방부의 핵심 혁신 기술 조직인 ‘디펜스 디지털 서비스(Defense Digital Service, DDS)’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방식을 국방부에 도입하기 위해 2015년 출범한 이 조직은 ‘너드들의 특수부대(SWAT Team of Nerds)’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국방 분야 디지털 혁신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DDS는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지원,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첨단 드론 탐지 기술 개발 등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핵심 임무를 수행해 왔으나, 이제 급격한 인력 이탈로 기능 마비 상태에 빠졌다.
“사실상 조직 소멸”… DDS 구성원 14명 중 12명 동시 사퇴
본지 취재 결과, DDS의 제니퍼 헤이(Jennifer Hay) 국장을 포함한 14명의 구성원 중 무려 12명이 5월 1일부로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조직 인력의 85%에 달하는 규모로, 사실상 DDS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DDS의 기능을 ‘디지털·인공지능 최고책임자실(Chief Digital and Artificial Intelligence Office)’로 이관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퇴직을 결정한 DDS 소속 전문가들은 “이는 사실상 조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머스크 주도 DOGE, 국방부 예산 대폭 삭감… “혁신 아닌 파괴”
대량 사퇴의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효율성 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와의 심각한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DOGE는 최근 국방부 예산 8,500억 달러 중 51억 달러(약 0.58%) 규모의 컨설팅, IT, 다양성·포용(DEI), 기후, 코로나19 대응 등 11개 주요 사업을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액센츄어, 딜로이트 등 대형 컨설팅사와의 18억 달러 규모 계약, 클라우드 IT 서비스 14억 달러, 해군 비즈니스 컨설팅 5억 달러 등이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이해충돌 논란 속 국방 혁신 차질 불가피
이러한 상황에 대해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 계열사가 국방부와 대규모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DOGE의 예산 삭감 결정은 심각한 이해충돌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전직 고위 국방부 관계자는 “DOGE의 행보는 AI 혁신도 아니고, 효율화도 아니다. 그냥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은 이미 국방부 각 부서에 향후 5년간 매년 8%씩 예산을 감축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다. 다만 국경 방위, 핵무기 현대화, 잠수함·드론 도입 등 일부 핵심 분야는 감축 대상에서 제외됐다.
DDS 해체로 인해 국방부 내 디지털 혁신과 핵심 인재 유치, 첨단 기술 개발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