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이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분위기 팽배…정치적 발언도 자제
강화된 비자·입국 심사에 캠퍼스는 침묵과 불안으로 얼어붙어
최근 미국에서 유학생들의 비자 취소가 이어지면서 한인 유학생들을 비롯해 유학생 커뮤니티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비자 취소, 강화된 비자 심사, OPT 프로그램 축소 논의, 입국 심사 거부 사례 증가 등 연이은 반이민 정책으로 미주 유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15일 인도 출신의 한 대학 합격생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 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지만, 미국에 가야 할지 망설여진다”며 “OPT 폐지 법안, 입국 거부 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대학 지원 예산 삭감까지 모든 것이 두렵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지 유학생들은 “당장은 힘들지만, 미국에서의 경험과 기회는 여전히 값지다”며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조언을 건넸습니다.
그러나 한인 유학생들의 목소리는 차갑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한인 유학생은 “학교 이메일을 통해 F-1 비자와 OPT가 박탈돼 강제 추방당한 사례를 직접 접했다”며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라 학생들 사이에선 ‘괜히 말 얹지 말자’,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요즘은 여름방학에도 한국에 가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많고, 심지어는 영주권자들조차 출국을 망설이고 있다”며 “스피딩 티켓 하나로도 추방당하는 사례가 있다 보니, 아주 사소한 일로도 퇴출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한 유학생이 한국에서 입국을 시도하다 입국 심사에서 거부당한 사실을 전해 듣고 더욱 불안해졌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대학의 국제 학생 센터들도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실질적 정보나 대응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타운홀을 열고 유학생들의 질문을 받긴 하지만, 구체적인 도움은 거의 없다”며 “센터에서도 혼란스러워 보였다”는 반응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국익 보호라는 논리가 충돌하면서 유학생들 사이에는 “정치적으로는 침묵하고, 법적으로는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널리 공유되고 있습니다. 특히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학생비자 신분으로 정치적 행동을 하면 비자 박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며 자발적 침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유학생의 시위 참여가 추방 사유가 되는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시민권자만 보호받는다”, “시위하려면 유학비자가 아니라 활동가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은 미국 땅에 있는 이상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섭니다.
유학생들의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기류는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닌, 유학생 사회 전반의 생존 전략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법을 어기지 않더라도,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위험이 될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많은 유학생들이 침묵을 택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서울 강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