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권 길에 꽃길 깔아준 국민의힘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대선 경선 후보 8명(안철수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나경원 의원, 양향자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너 몰리던 이재명 계엄이 살리고
尹 지키기로 천금의 시간 다 보내고
무반성 저질 경선으로 바닥 보이고

결국 이런 선거가 됐다. 보수진영에선 그래도 희망을 놓지 못하는 모양이다. ‘선거는 51대 49다. 막판 단일화면 뒤집을 수도 있다. 이재명의 제한적 확장성이 결국 발목을 잡을 것이다…’ 다 애처로운 자기위안이다. ‘대통령 이재명’ 외의 길이 더는 보이지 않는다. 접전은커녕 과거 더블스코어였던 이명박·정동영의 득표율만큼이나 격차 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단일화 효과의 근거가 있긴 하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41% 득표로 압승했으나 범보수 후보를 다 합치면 52%로 보수진영 지지도가 더 높았다. 지금은 국민의힘 후보 다 합쳐도 이재명 지지율 50%의 절반도 안 된다. 정당지지도, 정권교체 여론도 현격히 기울어있다. 보수정치에 대한 신뢰 자체가 붕괴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남은 기간이 겨우 한 달 남짓이면 끝났다고 보는 게 솔직한 전망이다.

자업자득이니 이재명을 원망할 것도 없다. 그의 대권가도를 꽃길로 만들어준 게 국민의힘과 강성보수진영이니까. 결정적으로 윤석열의 계엄 망동이 코너로 몰리던 그를 평원으로 끌어냈다. 그래도 반전의 기회는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윤을 버리고 진짜 보수가치 복구에 나서도록 줄곧 주문했던 까닭이다. 하도 답답해 지난달 초엔 ‘정신 차리라. 문제는 대선이다’라고까지 쏘아붙였다.

그런데도 천금 같은 시간 다 날려먹은 국힘은 여전한 윤 그림자 속에서 애들 장난 같은 외모놀림, 빈정거림 따위를 경선토론이랍시고 내보였다. 화급한 국가현안들인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자국지상주의, 중국의 무서운 기술굴기, 사면초가에 갇힌 경제와 민생, 상존하는 안보 위기 등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이따위 질 낮은 경선은 외면할 이유나 더 쌓았다. 결국 구호만 반(反)이재명이되 실제로는 그의 조력자 역할을 한 게 국힘이다.

열성지지자들에 기반한 지지율 30% 남짓의 박스권에 갇혀있던 이재명이다. 그런 그가 최근 맹렬한 기세로 판세를 굳힌 이유를 달리 찾기는 어렵다. 지난 대선 이후 그 역시 국가지도자로서의 합당한 자질을 보여준 적이 없다. 다만 필사적인 생존능력만 보였다. 그 생존도 상대가 하도 지리멸렬한데다 윤석열이 적시마다 회생의 환경을 만들어 준 덕분이다.

국힘이 안타까워서가 아니다. 위기상황 속 국가전략도 민주적 정치과정에 기반해야 힘과 정당성을 얻는 법이다. 그래서 계엄 탄핵의 국가환란이 새로운 정치개혁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었다. 환란 주범인 국힘부터 대오각성하고, 그렇게 민주당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었을 터였다. 국힘에서 그나마 합리보수정치의 기대를 걸 만했던 유승민에다 오세훈마저 당에 넌더리를 내고 등 돌리면서 일말의 희망도 사라졌다. 이 판국에 완전히 결이 다른 한덕수까지 넣어 억지 단일화를 이룬들 무슨 시너지가 있겠는가.

대선 끝난 뒤 국힘의 모습은 뻔하다. 현 주류가 그 행태 그대로 신진 비주류의 부상을 견제하면서 기득권 지키기에나 매달릴 것이다. 전례 없이 당정을 완벽하게 장악한 이재명 정권하에서는 마땅히 역할도 없을 것이다. 되도 않는 막말이나 거리투쟁 따위로 짐짓 야당 흉내나 내는 정도가 할 수 있는 정치행위의 전부일 것이다. 목표라야 총선 공천을 따내 비루한 정치생명을 이어가는 것뿐이다.

국힘에 더는 조언할 의욕도 없지만 굳이 한마디 얹자면 계엄 이후 자신들이 무슨 일을 벌여왔는지를 찬찬히 돌이켜볼 일이다. 익히 보아온 이재명 일극체제의 전횡을 견뎌낼 각오와 함께 그동안의 윤 지키기 선동 따위를 반성하란 얘기다. 지금은 허망하지만 훗날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미국, ‘악의적 사이버 활동’ 이란인 4명 제재·기소

미국, ‘악의적 사이버 활동’ 이란인 4명 제재·기소

미국 정부는 23일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이버전자사령부를 대신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한 회사 2곳과 개인 4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

MS, 소형언어모델 ‘파이-3’ 출시…구글·메타 등 경쟁 가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소형언어모델(SLM)을 출시하며 구글, 메타 등과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MS는 자사가 개발한 소형언어모델 ...

한미은행 1분기 순익 1,520만 달러

한미 은행이 올 1분기에 순익 1,52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주당 순익은 50센트를 기록해 전분기보다 줄었습니다 대출은 61억 8천만 달러로 전분기와 별 ...
미국 “中 스텔스 폭격기, 미국의 B-21 폭격기 따라오려면 멀었다”

미국 “中 스텔스 폭격기, 미국의 B-21 폭격기 따라오려면 멀었다”

중국이 미국의 B-21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에 필적하려고 개발하는 신형 스텔스 폭격기의 성능이 B-21보다 한참 뒤떨어진다고 미국 국방부의 정보 당국자가 평가했다 ...
LA 지하철서 50대 승객 살해 혐의 40대 남성 체포

LA 지하철서 50대 승객 살해 혐의 40대 남성 체포

로스앤젤레스(LA) 지하철에서 50대 여성 승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체포됐다. 23일 LA 경찰국(LAPD)에 따르면 이 사건은 전날 오전 ...

FTC, 동종업계 이직 막는 ‘비경쟁 계약’ 금지…재계는 반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고용주가 노동자의 동종 업계 이직을 막는 '비경쟁 계약'(noncompete agreement)을 금지하는 새 규정을 제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TC는 23일 이 ...

뉴욕증시, 기업실적이 견인하는 시장…나스닥 1.59%↑ 마감

뉴욕증시는 상승했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3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지표를 앞두고 기업 실적이 견조한 가운데 투자심리가 호조를 보였다. 미국 제조업 지표가 ...
바이든, 트럼프 거주 플로리다서 낙태권 앞세워 트럼프 심판론

바이든, 트럼프 거주 플로리다서 낙태권 앞세워 트럼프 심판론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2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플로리다주를 찾아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복원을 약속하면서 '트럼프 ...

알래스카서 C-54 軍수송기 추락…탑승 2명 생사 확인 안 돼(종합)

 알래스카주에서 23일 더글러스 C-54 스카이마스터 수송기가 인근 강에 추락했다고 AP 통신 등이 알래스카 주(州)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수송기는 ...

LA시 올들어 살인과 강도건수 늘어

엘에이 시내에서 올들어 살인과 강절도 건수가 늘어난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미닉 최 엘에이 국장이 오늘 (23일) 폴리스 커미셔너 위원회 미팅에서 발표한 범죄건수 ...

바이든 행정부, 낙태 여성 권리 강화…”의료정보 공개 금지”

조 바이든 행정부가 22일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 의료 정보 공개를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해 발표했다고 AFP통신 등 ...
라디오 서울 제공

의류매장 ‘익스프레스’ 파산 보호 신청

의류매장 익스프레스가 파산 보호 신청에 들어갔습니다 오하이오에 본사를 분 익스프레스는 어제 (22일) 파산 보호 신청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 95개 매장을 ...

‘13월의 월급’… 환급금 받아 빚 갚는다

“올해 받은 세금 환급금은 모두 신용카드 빚 갚는 데 썼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박모씨의 말이다. 박씨가 받은 올해 세금 ...
실명 주원인 당뇨망막병증, 10년 새 41.8% 증가

실명 주원인 당뇨망막병증, 10년 새 41.8% 증가

눈 망막은 사물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신경 막이다. 빛을 감지해 시각 정보를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해 색깔과 사물을 ...

‘3승’으로 조별리그 마친 황선홍 감독 “이제 대회 시작일 뿐”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한 우리나라 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은 '이제 시작'이라는 자세로 마음을 다잡았다. 황 감독은 23일(이하 한국시간) ...

가주 고용시장 ‘먹구름’… 일자리 둔화·실업자 증가

가주·남가주 고용시장이 신규 일자리 증가세가 사라지고 실업자는 증가하는 등 악화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아직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전국 고용시장과는 정반대로 가고 ...

한국 의대교수들 “25일부터 예정대로 사직”…정부 “흔들림없다”

전국 주요 병원 교수들이 예정대로 오는 25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사직하기로 했다.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인해 다음 주에 하루 휴진하고, ...

‘잔고 위조’ 尹대통령 장모 가석방 보류…내달 다시 심사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77) 씨가 23일(이하 한국시간) 가석방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

트럼프는 비판했는데…트럼프 SNS 회사는 ‘전문직 비자’ 신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자 제한 등 초강경 이민 정책을 공약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애플 “내달 7일 이벤트”…18개월 만에 새 아이패드 출시 예상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은 내달 7일 온라인으로 스페셜 이벤트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애플은 이번 이벤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통신(IT) ...

테슬라 실적 발표 앞두고 주가 장중 3%↑…머스크 입에 쏠린 눈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가 23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장중 3% 넘게 상승했다. 실적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치는 이미 낮아진 ...

러, ‘간첩혐의 구금’ WSJ기자 6월까지 구금 유지

러시아 법원 '구금 연장 취소' 항고 기각 러시아 법원은 간첩 혐의로 구금 중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32) 기자가 제기한 ...

메트로역 살해사건 용의자는 ‘홈리스로, 지하철 승객 폭행 전과있어 ‘

어제 (22일) 엘에이 메트로역에서 발생한 살해사건의 용의자는 홈리스로 드러났으며 과거에 엘에이 메트로 역에서 탑승객들에게 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과가 ...

미국,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10억달러 규모 무기 배송 준비”

608억달러 지원예산 입법 임박하자 발 빠른 준비 약 6개월간 표류했던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예산이 23일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

트럼프, ‘우크라 지원예산’ 주도 존슨 하원의장 두둔…”좋은 사람

공화 상원의원, 물밑서 트럼프 설득…"우크라 이겨야 지원 상환 가능 하원에서 우크라이나 등을 지원하기 위한 안보예산 패키지 법안 처리를 주도한 마이크 ...

가자전쟁 다시 격화…이스라엘, 넉달만에 북부 포격

이스라엘 병력 대부분 철수 뒤 하마스 재정비해 로켓포 재개하마스 "모든 전선서 확전" 촉구…이스라엘군 "극한의 힘으로 공격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투입했던 전투 ...
(연천=연합뉴스) 지난 달 20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미군 장병이 성조기를 세우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5공병여단과 5기갑여단,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장병이 참가했다. 2024.3.20

우크라 무기지원의 진짜 수혜자는 미군…노후장비 현대화 효과

美전문가 "우크라에 재고 무기 지원하고 새 무기 채워서 군사력 업그레이드 미군이 보유한 군사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빈 무기고를 새 장비로 ...

흔들리는 미국의 리더십…갤럽 “전세계에서 지지 41%·非지지 36%”

작년 134개국 조사서 긍정 평가는 불변…부정 평가는 3%p↑ 작년 전세계 130여개국에서 실시된 인식 조사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1%, 지지하지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