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대학교 학생들이 24일과 25일 이틀동안 가자지구 전쟁에 항의하기 위해 캠퍼스 곳곳에 천막 농성을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시위 준비 과정에 정통한 세 명의 관계자들의 녹취록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예정된 농성은 학생들이 처음으로 약 50개의 텐트를 대학 잔디밭에 설치해 전쟁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지 1년여 만에 다시 추진되는 것입니다.
당시 시위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트럼프 행정부가 콜롬비아 대학교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대학에 양보를 요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농성 준비는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위 주최 측의 시그널 메시지와 회의 참석자의 증언에 따르면, 시위조율을 위한 회의가 지난 화요일 저녁 열렸으며, 주로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구두로 전달되는등 보안에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이날 시위조직 회의에는 100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모두 신원을 숨기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참석자 모두가 콜롬비아 학생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회의에서 시위 조직학생들은 실제 이름 대신 시그널 사용자명이나 은 코드명을 사용해 서로를 구분했습니다. 또, 다가오는 천막 농성을 ‘농성’ 대신 ‘서커스(circus)’라는 암호명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시위시작전 학교 보안팀에 적발되지 않도록 시위 당일 캠퍼스에 마스크를 쓰고 오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첫 시위는 24일 모닝사이드 하이츠 캠퍼스 서쪽 잔디밭에서, 두 번째로 더 큰 시위가 25일 맨해튼빌 캠퍼스에서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위 조직위측은 경찰 개입과 체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컬럼비아 대학교 측은 농성은 학교 정책에 위배되며 참여시 강경한 징계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불응 시 신원 확인 후 징계조처, 체포 가능성까지 경고했습니다.
주최 측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법적 위험, 경찰 대응 요령, 디지털 보안 전략 등 다양한 지침을 배포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보안을 위해 시위 중에는 와이파이를 끄고, 암호화된 메시지 앱(시그널)이나 직접 대면, 전화로만 소통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체포 시를 대비해 의료 정보, 보험, 비상 연락처 등도 미리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농성은 지난해 시위로 수십 명의 학생이 체포되거나 퇴학당한 이후 재개되는 것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그에 따른 가자지구의 민간인 희생에 항의하며, 대학의 이스라엘 관련 기업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지난해 시위는 해밀턴 홀 점거 및 경찰과의 충돌로 이어졌으며, 200명 이상이 체포되고 캠퍼스 내 안전 문제와 반유대주의 논란이 불거지면서 졸업식이 취소되는 등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콜롬비아 대학 등 주요 대학의 연방 보조금 중단, 시위 참가 유학생 체포 및 추방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학 측도 시위 대응을 위해 마스크 착용 금지, 외부 감독관 임명, 보안 인력 확대 등 여러 조건을 수용했습니다
콜롬비아 대학교는 표현의 자유와 시위할 권리를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모든 시위는 대학의 정책과 안전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천막 설치 등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조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시위 사태와 대학의 대응은 상당한 지도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미누쉬 샤픽 총장은 경찰 투입 승인과 자유로운 표현, 캠퍼스 안전, 반유대주의 문제 대응에 대한 비판 속에 사임했습니다.
라디오 서울 정 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