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비롯 주요 대학, 입학 정원 절반으로…NIH 예산 불확실성 직격탄
“교수 자리도, 연구도 불안”…박사과정생들, 인턴십·진로 재설계 나서
연방정부의 연구비 삭감으로 가주등 전국 대학에서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들이 중단, 축소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준비중이거나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한인 학생들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속이 타고 있습니다
국립보건원(NIH) 등 연방기관의 연구비에 크게 의존해온 생명과학·보건 분야 박사과정은 입학 정원 축소와 연구 중단 사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생물통계학과는 올해 입학 정원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예년에는 15~18명의 박사과정생을 선발했지만, 2025년에는 불확실한 NIH 연구비 상황을 감안해 이를 8명 안팎으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이 밖에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피츠버그 대학교, 존스홉킨스 대학교 등 주요 연구중심 대학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진행중인 연구 프로젝트의 펀딩이 언제라도 중단될수 있다는 불안감속에 대학 연구실은 어수선한 분위깁니다
한 박사과정생은 “보통 연구 실적이 더 중요해서 인턴십을 잘 안 하는데, 이번에는 펀딩이 어떻게 될지 몰라 플랜 B로 인턴십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장 난감할 사람들은 입학을 앞둔 예비 박사과정생들이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 역시 교수직 채용 동결로 앞이 깜깜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립보건원을 포함한 연방 연구비 삭감은 생명과학, 보건, 의학 분야에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해당 분야 박사과정생과 연구원 대부분은 연방 지원금으로 생활비와 연구비를 충당해왔기 때문입니다. 연구비가 줄거나 지급이 지연되면 곧바로 입학 취소, 연구 중단, 생활비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박사과정 입학생과 대학들은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자는 “예산 불확실성 때문에 학계가 ‘혼란스런 상황이라며 , 일부는 연구 제안서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를 표현하는 단어를 (‘systemic’ 등) 삭제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현 상황이 단순한 재정 타격을 넘어, 연구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상태라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일을 하고 있다”며 “그게 더 고통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소셜미디어 레딧에서는 한 이용자는 “어머니께 예산 삭감이 연구에 영향을 준다고 했더니, ‘이상한 전공들만 그런 거지 너는 괜찮다’고 했다”며 “위기 속에 냉소만 돌아왔다”고 토로했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암 연구가 이상한 전공인가”, “감염병 연구도 이상한 분야냐”는 등 생명 분야 전공자들의 수백 개의 공감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에 집중된 충격이지만, 여파는 다른 학문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자연과학과 공학은 물론, 인문·사회과학 분야 박사과정 역시 학교 전체 재정 압박 속에 장학금, 연구 조교직, 조교 자리 축소 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는 일부 대학원 지원자들에게 입학 제안을 했다가, 이후 이를 철회한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한 박사과정생은 대학들은 다음 학사 연도의 예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보수적인 재정 운용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의학과 보건 분야에 권위 있는 존스홉킨스대가 미국 내에서 247개, 해외 44개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1천9백75 개 이상의 일자리를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비 의존도가 높은 학과일수록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모든 박사과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대학가 전반의 분위기입니다.
라디오서울 강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