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시민권자들도 불안… 미국 여권 신청·갱신 러시

오렌지카운티 한인 밀집지인 부에나팍의 연방 우체국 내 여권 수속 창구에 예전보다 많은 신청자들이 몰려 북적이고 있다. [박상혁 기자]

▶ 이민자들 “나도 잡혀갈라”
▶ 시민권 취득 증명 위해

▶ 우체국 신청 창구 긴 줄
▶ 여권사진 업소 등도 특수

LA 한인 김모(50)씨는 미국 시민권을 딴 후에도 특별히 필요하지 않아 미국 여권을 발급 받지 않고 있었지만 최근 국무부에 여권을 급히 신청했다. 김씨는 “난 시민권자지만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가 너무 불안해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싶었다”며 “혹시라도 확실한 신분 증명이 필요한 일이 생길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60대 한인 이모씨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주 여권을 부랴부랴 갱신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펼쳐지는 가운데 이처럼 시민권자들까지 불안 심리를 호소하며 여권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여권 신청 창구가 있는 남가주 내 우체국들에는 여권이나 여권카드를 새로 신청하려는 이민자 출신 시민권자들이 크게 늘어 평소보다 몇 배로 북적이고 있다.

우체국 여권 창구는 예약이 매일 조기 소진되는 데다 워크인 민원인들까지 몰려들어 현재 인력으로는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라는 게 담당 직원의 하소연이다. 우체국 인근에서 스몰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 한인은 “우체국 여권 창구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지고, 여권 사진 촬영이나 복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근 상점들에도 손님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적이는 우체국은 단순한 우편 서비스 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불안과 대비심리가 응축된 상징적 공간이 되고 있다.

본격적인 이민 단속이 시작된 이후 시민권자들도 불안에 떨게 만드는 사건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는데, 최근 NBC 뉴스는 국토안보부(DHS)가 특정 체류 허가자에게 “즉시 미국을 떠나라”는 이메일을 보낸 사건을 보도하면서, 일부 시민권자에게도 해당 이메일이 잘못 발송되어 혼란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시민권자들조차 자신이 정부 명단에 잘못 올랐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 수요는 이미 증가세에 있던 가운데 올해 이러한 시민권자들의 불안감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여권 신청 건수는 회계연도 기준 2023년에 2,157만7,377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2024년에도 2,043만7,207건으로 2년 연속으로 2,000만건을 넘어섰다. 10년 전인 2014년의 1,328만7,573건과 비교하면 53.8%나 늘어난 수치였다.

지난 2019년 1,857만8,593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1,153만3,128건으로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이듬해부터 다시 증가해 결국 사상 최다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더크로니클에 따르면 이는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 회복, ‘리얼아이디’ 법 시행을 앞두고 여권을 신분증 대체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경우 증가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올해는 이에 더해 이민 정책에 대한 두려움이 여권 발급 수요를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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