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학교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며 학생과 교수, 특히 국제 학생·교직원이 극심한 불안과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22억 달러(약 3조 1,500억 원) 규모의 연방 연구자금 지원을 동결하고, 외국인 학생 비자 취소, 면세 지위 박탈까지 거론하면서 캠퍼스는 사실상 ‘포위’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와 하버드의 반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폐지 ▲정부 승인 하의 관점 다양성 강화 ▲3년 이상의 외부 감사 ▲국제 학생 입학 시 이념 검증 등 전례 없는 요구를 전달했다.
특히 4월 16일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에 “시위에 참여한 모든 국제 학생 명단과 징계 기록”을 4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불응 시 국제 학생 유치 자격 박탈을 경고했다.
하버드대는 이에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전례 없는 정치 개입”이라며 강력히 반발, 4월 21일 연방 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 총장은 “정부가 대학의 교육적 사명과 학문적 결정을 통제하려 한다”며 “이는 미국 고등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국제 학생·교수진, 극심한 불안과 생존 전략
하버드 전체 학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국제 학생들은 “우리는 백악관과 대학 사이의 포커칩이 됐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는 단체로 이동하고, 시위 현장 근처를 피하며,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삭제했다.
여권과 긴급 연락처를 항상 소지하고, 학업을 해외에서 마치는 방안까지 고민 중이다. 최근 하버드 소속 과학자 1명이 구금되고, 최소 11명이 비자를 잃는 등 실제 피해도 속출했다.
한 국제법학과 학생은 “나는 범죄 기록도 없고 모범생이지만, 이곳에 머무는 것 자체가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환경학 전공 학생은 “하버드 국제 학생이라는 신분만으로도 공항이나 보안 검색대에서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연구·운영 차질…정신건강 악화와 구조조정 공포
연방 보조금 동결로 하버드 내 연구와 운영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공중보건대학 등 정부 지원 의존도가 높은 단과대학들은 신규 채용 중단, 박사과정 감축, 비용 절감, 구조조정 등 긴축 조치를 논의 중이다.
실제로 일부 연구팀은 NIH(국립보건원) 연구비가 끊기면서 팀원들이 정신건강 문제로 병가를 내기도 했다. 하버드는 최근 두 달간 11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재정 방어에 나섰다1.
캠퍼스 내 자유와 다양성 논란…“정부가 이념 강요”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가 “좌파 정체성 정치의 온상”이 됐다며 대학의 사상적 다양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하버드 교수진과 학생들은 “정부가 대학에 정치적 견해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교수는 “정부가 사상 다양성을 명분으로 대학에 이념 검증을 강요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적 파장…미 대학가 항의 시위 확산
하버드의 저항은 미국 전역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수백 개 대학에서 정부의 고등교육 자율성 침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교수협회 등은 “대학은 본래 다양한 의견과 토론의 장”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비판하고 있다.
하버드대와 트럼프 행정부의 충돌은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미국 고등교육의 자율성과 학문적 자유, 국제 인재 유치, 다양성 가치 등 근본적 원칙을 둘러싼 헌법적 대결로 번지고 있다.
하버드가 소송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캠퍼스 곳곳에는 불안과 긴장, 그리고 ‘하버드가 더 이상 하버드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