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제국의 침묵하는 위기
한때 전 세계를 매혹했던 ‘아메리칸 드림’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내부에서는 이미 위기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재의 위기’다.
켄 그리핀과 같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공장 대신 지식재산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이 간과하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지식재산을 창출할 인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개의 파이프라인이 막히고 있다
미국의 실질적 국력을 지탱해온 것은 두 가지 인재 공급원이었다:
- 내부에서 양성되는 젊은 인재들
- 외부에서 유입되는 열정적인 이민자들
그러나 이 두 파이프라인이 동시에 막히고 있다.
교육열의 하락
한때 미국 사회는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교육이야말로 사회 계층 이동의 사다리이자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교육열이 현저히 감소했다.
틱톡 스타나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과학자나 엔지니어를 꿈꾸는 이들보다 많아졌다. 동시에 대학 교육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학생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었고, 교육의 질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인재 유입의 차단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인재 자석’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된 반이민 정책과 분위기는 전 세계의 유능한 인재들이 미국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야심찬 젊은이들은 대안을 찾아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캐나다, 호주, 심지어 중국과 같은 경쟁국들이 이러한 글로벌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동안, 미국은 스스로 문을 닫아걸고 있는 셈이다.
지식경제에서의 자기모순
켄 그리핀이 제시한 ‘지식재산으로 승부하자’는 전략은 올바른 방향이다.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국가 경쟁력은 공장의 수가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여기에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지식경제로의 전환을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지식을 창출할 인재들을 양성하고 유치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는 마치 고래 싸움을 하겠다고 선언해놓고 고래를 키우지 않는 것과 같은 자기모순이다.
침묵하는 재앙의 본질
진정으로 두려운 위기는 폭발음과 함께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조용히,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된다. 미국이 직면한 인재 위기가 바로 그런 종류의 위기다.
겉으로는 여전히 세계 최강국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공동화가 진행 중이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창출할 인재들이 사라진다면, 아무리 거대한 경제 규모와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해도 그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미국의 재도약을 위한 길
미국이 진정한 강대국으로 남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 교육에 대한 사회적 가치 재정립: 미국 사회 전체가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젊은이들이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장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고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 인재 유치를 위한 이민 정책 재설계: ‘국경을 닫아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특히 STEM 분야의 인재들에게는 보다 개방적인 정책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침묵하는 위기에 귀 기울이자
미국의 진짜 위기는 화려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무역 적자나 군사적 도전이 아니다. 그것은 이 나라를 오랫동안 지탱해 온 두 개의 인재 파이프라인이 서서히 막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다시 한번 교육과 이민을 포용하는 나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경제 전략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할 것이다. 진정한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결국 사람, 그중에서도 교육받고 창의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인재 양성과 유치에 성공한다면 다시 한번 세계를 이끄는 혁신의 중심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의 쇠퇴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침묵하는 위기에 귀 기울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