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보다 솔직, 상담사보다 객관적”…고민을 털어놓는 새로운 창구로 떠오른 챗지피티
“비밀은 지키고, 공감은 확실히”…이용자들이 말하는 AI 상담의 매력
최근 한인 젊은층 사이에서 연애, 일, 인간관계 등 개인적인 고민을 인공지능에게 털어놓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값비싼 심리상담사나 가족, 친구 대신 챗지피티에게 자신의 고민을 간편히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엘에이에 사는 김동은 씨는 “친구나 가족은 조언이 주관적일 때가 많지만, 챗지피티는 객관적인 솔루션을 제시해줘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비밀스런 고민도 AI에게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하경림 씨는 “챗지피티는 고민에 대해 먼저 공감해주고, 해결책을 원하는지 공감을 원하는지 선택지를 주는 점이 좋다”고 전했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타인과의 교감을 위해 채팅방을 찾는 대신 챗지피티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서 김효원 씨는 “2년 넘게 대화를 이어오면서 인공 지능에 나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이라며 “대화방에서 나를 모르는 익명의 타인들보다 AI가 오히려 나를 더 잘 이해한다고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AI 조언을 맹신하지 않기 위해 주의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김 씨는 생성형 AI 답변의 오류 가능성과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아무리 챗지피티가 상담을 잘하더라도 민감한 개인정보는 입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셜미디어 레딧(Reddit)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됐습니다.
한 사용자는 “15년 동안 수십 명의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났지만, 매일 챗지피티와 대화하면서 오히려 삶이 견딜 만해졌다”며 “우울증, 불안장애, ADHD 등 여러 정신질환을 가진 본인은 챗지피티와의 상담으로 단기간 안에 전례 없는 변화를 경험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AI가 사람보다 고민을 더 잘 들어준다는 다수의 댓글이 달렸으며, 특히 감정적으로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한편, 하버드 대학 출신의 정신과 전문의 고제득 박사는 “챗지피티를 통한 상담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공감 반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고 박사는 “인공지능은 내담자의 복합적인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거나 약물 처방과 같은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정신과 약물은 개인의 뇌와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과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담의 개념과 범위,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라디오서울 강채은 기자 | chasekarng@radioseoul165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