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청문회
유영상 CEO 증인 출석
“역사상 최악 해킹” 지적에 “그렇다”
과방위, 오후 최태원 회장 증인 채택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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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SKT 해킹 사태와 관련한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역사상 최악의 통신사 해킹’이라는 질책에 SK텔레콤이 고개를 떨궜다. 2,500만 명에 달하는 SK텔레콤 및 관련 알뜰폰 가입자의 정보가 전부 빠져나갈 수 있다는 미증유의 사태를 마주한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초기 대응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이면서 “지금 상황을 돌려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그룹 총수까지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초기 대응에 있어서 미숙한 점이 많았던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도저히 털릴 수 없는 게 털렸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라는 이어지는 질문에도 “예”라고 인정했다.
이번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고의 범위가 SK텔레콤 및 SK텔레콤 망 사용 알뜰폰 가입자 전부일 가능성도 나왔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해 유 CEO는 “최악의 경우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해킹 공격의 표적이 됐던 홈가입자서버(HSS) 세 대 외에 다른 유출이 있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HSS 서버 세 대 외 서버가 절대로 털리지 않았음을 100%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민관합동조사단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 같다”고 대답했다.
“유심보호 서비스로 충분” vs. “이탈 가입자 위약금 면제하라”
다만 SKT는 해킹 사고로 정보 유출 및 휴대폰 복제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에 대해선 ‘유심보호 서비스’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유 CEO는 자신도 유심을 바꾸지 않았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해킹 사고 이후 유심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월 14일부터는 해외 로밍 중에도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심 교체가 아닌 다른 해법을 고도화해 가입자의 우려를 없애고 불편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회 과방위원들은 이번 유심 해킹 사고로 이탈하는 가입자들의 위약금을 면제하라고 집중 공격했다. SK텔레콤 이용 약관에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고 나와 있는 것이 이유다. 유 CEO는 이에 “SK텔레콤에 (귀책 사유가) 있다”면서도 “제가 CEO지만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종합적인 법률적 검토를 통해 해야할 것 같다”고만 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도 “법률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불똥은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에게 튀었다. 과방위는 유 CEO가 오전 청문회를 마치고 이석한 후 오후 속개된 청문회에서 최 회장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최 회장을 증인으로 의결하는 것은 번호이동 시 위약금 면제 질의를 집중적으로 하기 위한 것으로 만약 출석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열겠다”라며 “이는 유 CEO가 SK텔레콤 규약대로 하겠다는 그 말 한 마디를 안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통신 경쟁자 도움 손길… 유심 확보 협조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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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인증 대리점에 유심 재고 소진과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 안내문이 동시에 붙어있다. 연합뉴스
한편 SK텔레콤 유심 대란에 LG유플러스와 KT도 도움의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유심 무료 교환 시작일인 28일 무렵 LG유플러스가 SKT에 유심을 지원할 뜻이 있다고 과기정통부에 알렸고 과기정통부가 SKT의 의견을 들은 뒤 KT에도 유심 지원 등 협조 방안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심 부족으로 ‘오픈런’이 펼쳐지는 등 국민 불편이 커지자 통신사들이 경쟁자이기 앞서 동업자 정신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KT와 LG유플러스의 유심 지원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3개 통신사의 유심은 호환이 되지 않아 당장 재고를 전달할 수 없다. LG유플러스와 KT는 협력 유심 공급사 등이 SK텔레콤에서 쓸 수 있는 유심을 생산할 수 있게 도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