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영 임상심리학박사의 강철 멘탈클래스
“그 말, 꼭 그렇게 해야 했어?” “너랑 있으면 괜히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어.” “나 요즘 자존감이 바닥이야… 당신 때문에.”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혹은 속으로만 삼켜본 적 있으신가요? ‘자존감’은 요즘 시대의 키워드처럼 자주 언급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자존감’과 ‘자신감’, ‘자존심’, ‘자긍심’은 무엇이 다를까요? 오늘은 이 네 가지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단어를 통해 우리의 심리를 이해해 보려 합니다.
자신감: “나는 할 수 있다!” 자신감은 내 능력에 대한 믿음입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죠. 시험을 앞두고, 면접을 보러 가기 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필요한 건 자신감입니다. 자신감은 경험을 통해 자라납니다. 이는 단순한 긍정적 마인드를 통해 자라나는 감정이 아닙니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한 경험들, 그 바닥부터 천천히 쌓인 내공이 자신감의 뿌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짜 자신감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스스로가 키워낸 정신적인 내공인 것입니다.
자존감: “나는 나로서 괜찮아.”자존감은 나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가치를 느끼는 감정입니다. 못해도, 틀려도, 누군가보다 뒤처져도,‘나는 나니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인 것입니다. 자존감은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올바로 인식하고 인정한 후, 내 존재 그 자체를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존감은 외부 자극에 덜 흔들리는 감정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무시 받더라도 또 내가 시도 했던 것에 실패를 했더라도 그 실패나 고통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경험과 감정이 나의 존재 전체를 부정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존심: “내가 누군데! 네가 감히!!”자존심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무시당하거나 깔보인다고 느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감정이죠. 하지만 자존심이 너무 앞서면, 관계의 오해를 부를 위험성이 있습니다.
내 체면을 지키는 데 급급해지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 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는 자존심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미덕인 양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존심은 때로 자기애적인 과잉 감정이 되기도 하고, 타인을 하대하는 모난 성격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꼭 지켜야만 하는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내려놓아야 할 감정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긍심: “나는 내가 자랑스러워! 참 잘했어!”자긍심은 내 삶의 태도와 철학에 대한 긍지입니다. ‘나는 내 삶이 부끄럽지 않다’는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이 올바르게 잘 살려고 노력했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깊은 자부심인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 보자면, “당신 때문에 내 자존감이 떨어지잖아…” 라는 말은 사실, 깊은 내면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남들보다 나아야 돼. 그런데 당신의 말이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 그래서 내가 가진 열등감이 드러난 것 같아. 그래서 기분 나빠!” 이렇게 자존심의 상처를 자존감의 상처로 오해하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탓하고 상처를 주며,동시에 자신의 심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 네가지 단어의 차이를 이해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심리를 더 깊이 성찰하는 일이며, 건강한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감정은 섬세하고, 단어는 힘이 셉니다. 비슷해 보이는 말들도, 안을 들여다보면 모두 다릅니다.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느낄 때, 혹시 내 안의 ‘자존심’이 다친 건 아닌지, ‘자신감’이 꺾인 건 아닌지,혹은 ‘자긍심’을 되살릴 무언가가 필요한 건 아닌지… 조금 더 솔직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존감은, 결국 내 몫입니다. 그리고 그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인 것입니다.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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