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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여수울공원 근처에서 카페 ‘커피더쏠’을 운영하는 이효숙씨. 오랜 커피 동지이자 인생 선배다. 그는 오늘도 이곳에서 커피를 볶고 내린다. 한때 큰 매장을 여럿 경영했지만 다 정리하고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커피를 만드는 일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커피 업계는 깊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통계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전국에서 약 1만 2,200개 카페가 폐업했다. 하루 평균 34곳이 문을 닫았고, 서울에서만도 5,062곳이 사라졌다. 평균 영업 기간은 2.9년에 불과했다. SNS를 뜨겁게 달구던 인기 카페 중에서도 막상 검색해보면 조용히 사라진 곳이 많다.
카페 창업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 도전으로 비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년간 꾸준히 상향 곡선을 그려온 생두 가격은 최근 하루 사이에 두 배로 껑충 뛰기 일쑤고 인건비·임대료 상승, 경기 침체 등 삼중고는 힘겨운 소규모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커피인들이 있다. 새벽같이 가게를 열고, 로스터에 불을 붙이고, 온종일 작은 가게 안을 오가며 수십 수백 잔의 커피를 손수 내리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현역’이라 부른다. 유행을 좇기보다 자신만의 감각을 지켜가며, 흔들리더라도 중심을 잃지 않고 커피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들. 그들에게 현역이라는 말은 단지 ‘현재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넘어, 삶 자체를 바쳐 무대 위에 서 있다는 증명이다.
그런가 하면 종종 ‘고인물’이라 스스로를 칭하며 권위를 내세우는 이들도 적잖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정작 손끝엔 커피가 없다. 반짝이는 기계 앞에서 화려한 포즈를 취하지만, 업장은 현실이 아닌 SNS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그런 모습이 효과적인 마케팅처럼 포장되기도 한다. 다만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오늘도 묵묵히 가게를 지키며 자기 손으로 만든 커피를 손님들에게 정성스레 내놓는 현역들이다. 매 순간 몸의 감각을 총동원해 커피를 내리고 골똘히 연구하는 이들.
이 글을 통해 나는 전하고 싶다. 불황이라는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종종 울컥할 만큼 고단하지만, 그럼에도 현장을 지키는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일상의 고달픔이 동반하는 보람과 긍지를 믿고 사랑하려 애쓰는 ‘현역’들에게 깊은 경의와 응원을 보낸다고.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