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화 하나 보자고 2시간을 앉아 있어야 해?” 이질문에 대답못하는 영화관…
글 | [B. Jun]
한때는 약속이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매표소에 줄을 서고, 팝콘을 나누던 순간들.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공간이 아니었다.
거기엔 설렘이 있었고, 시간의 무게가 있었으며, 우리 시대의 낭만이 스크린 위에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 영화관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영화 산업은 극장을 중심으로 한 모델에서 이탈 중이다.
한때 주말을 책임졌던 스크린은 왜 이렇게 쇠락하고 있는 걸까?
1.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애플TV+.
이젠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집 안에서 이뤄진다. 리모컨 하나면 최신작을 즉시 볼 수 있고, 중간에 멈췄다 다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다르다. 영화 한 편 티켓값이면 스트리밍 서비스 한 달치 구독이 가능하다. 극장보다 더 저렴하고, 더 다양하며, 더 빠른 이 플랫폼 앞에 관객은 조용히 옮겨갔다.
2. 코로나19 이후의 관람 문화 변화
팬데믹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었다. 생활 방식의 근본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비대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굳이 좁고 어두운 극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충분하다’는 학습 효과는 아직도 유효하다.
더군다나 바이러스 이후의 극장은 불편하다. 예약 시스템, 거리두기 좌석, 마스크 착용… 낭만보다 번거로움이 앞섰다.
3. 비싼 티켓값, 줄어드는 여유
미국의 영화 티켓은 이제 $15~20을 넘기기 일쑤다. 여기에 팝콘, 음료수, 주차비까지 더하면 ‘가족 나들이’는 고급 외식 비용을 넘어선다.
중산층의 여유가 줄어드는 지금, 사람들은 극장보다 집에서 보는 합리성을 택한다.
4. 극장에선 못 다루는 이야기들이 있다
극장은 여전히 ‘블록버스터 중심’이다. 수백억 원짜리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면 스크린에 오르기조차 힘들다.
반면 스트리밍은 다르다. 인도 로맨스, 노르웨이 스릴러, 한국 사회파 드라마까지.
작고 낯선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꽃피는 곳은 이제 극장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5. 영상 세대의 세상은 달라졌다
요즘 세대는 긴 호흡의 서사보다 틱톡, 유튜브, 릴스 같은 짧고 즉각적인 콘텐츠에 익숙하다.
영화관은 이들에게 낯설고, 심지어는 고리타분한 장소가 되어간다.
“왜 영화 하나 보자고 2시간을 앉아 있어야 해?”
이 질문 앞에 극장은 답을 잃는다.
6. 늦은 변화, 더딘 혁신
IMAX, 4DX, 프리미엄 좌석… 일부 극장은 생존을 위해 ‘경험형 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극장 산업은 여전히 예전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격 할인, 충성 고객 유치, 지역 문화 공간화 등 실질적 혁신이 더딘 가운데, 관객은 돌아올 명분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극장의 몰락은 단순한 산업 구조 변화가 아니다.
우리는 함께 숨죽이며 영화를 보던 공공의 감정, 집단적 경험의 기쁨, 시네마라는 거대한 의식을 잃어가고 있다.
언젠가 다시 관객이 돌아올까? 아니면 극장은 역사책 속 장면이 될까?
아직 끝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극장은 분명, 벼랑 끝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