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신분자도 입국 거부·추방 위험…전자기기 검열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국 내 이민 정책이 한층 더 강화되면서 한인 이민자와 여행객들 사이에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민 변호사들과 여행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조직적이고 공격적”이라며, 합법 이민자와 시민권자마저도 입국 심사 과정에서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들도 ‘버너폰’ 사용… 개인정보 검열 우려 고조
콜로라도의 이민 변호사 제프 조셉(53)은 해외 출장을 갈 때 평소 사용하던 스마트폰 대신 연락처와 기록이 없는 ‘버너폰’을 들고 다닌다. 미국 입국 시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이 전자기기를 압수하거나 검열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조셉은 “이민법을 잘 아는 변호사들조차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입국자에 대한 전자기기 검색은 2018년 3만3천 건에서 2024년 4만7천 건으로 42% 넘게 증가했다. CBP는 시민권자와 비시민권자 모두를 대상으로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 등 전자기기 검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입국 목적과 과거 기록, 소셜미디어 내용까지 확인하고 있다.
영주권자도 안전하지 않다… 단속 범위 대폭 확대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영주권 신청 절차를 일시 중단하는 등 강경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수십 년간 미국에 거주한 영주권자, 과거 범죄 기록이 있는 방문자, 심지어 비자 소지자까지 입국 거부 또는 ICE(이민세관단속국) 구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민 변호사들은 “과거엔 문제없던 범죄 기록이나 소셜미디어 게시글, 심지어 정치적 의견까지 입국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비시민권자는 전자기기 검사나 질문에 응하지 않으면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법체류자부터 DACA까지”… 한인사회 불안 확산
미주 한인 사회에서도 트럼프의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 예고에 따라 상담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불법 체류자뿐 아니라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수혜자, 합법 이민자, 영주권자들까지도 신분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김
김성환 이민 변호사는 “이민법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비자 소지자나 영주권자를 그들의 ‘발언’이나 소셜미디어 기록을 근거로 겨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 권장… 관광객 수 12% 감소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입국 심사에 대한 불안감으로 해외여행 대신 하와이, 알래스카, 푸에르토리코 등 국내 여행을 권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 수도 1년 전보다 12% 가까이 감소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한 여행 컨설턴트는 “여행객들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하거나, 얼굴 인식 기능을 끄고, 신분증 사본을 챙기는 등 전례 없는 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권자도 안심 못 해’… 정치적 발언까지 검열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입국 심사 강화로 한인 이민자와 여행객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민 변호사들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합법 이민자와 시민권자도 입국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상의 정치적 발언이나 과거 미미한 법적 문제도 입국 거부의 근거가 될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인들은 해외여행 계획을 재고하거나, 전자기기 내용을 미리 정리하는 등 예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미주 한인 단체들은 이민자 보호를 위한 법률 지원과 권리 교육을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강화될 이민 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