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부자 된다던 트럼프의 태세 전환…”비싸면 덜 사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주먹을 쥐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억만장자 행정부의 소비 절제 주문에 ‘국민 납득 못할 것’ 지적도

그동안 관세를 긍정적으로만 묘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제는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어느 정도 인정하며 미국인들에게 인내를 주문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더힐 등 미국 언론은 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메시지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최근에는 관세의 물가 인상 요인을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미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당분간 감내해야 할 비용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각료회의에서 “어쩌면 아이들이 인형을 30개 대신 2개를 가지게 되겠다. 그리고 어쩌면 그 인형 2개가 평소보다 몇 달러 더 비싸지겠다”라고 말해 물가 부담 우려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후 관세 정책을 수정하려고 하기보다는 미국인들이 저렴한 외국산 제품을 포기하고 소비를 절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NBC 인터뷰에서 각료회의 발언에 대해 “난 그냥 그들이 인형을 30개나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3개를 가질 수 있다. 그들은 연필 250개가 필요하지 않다. 5개를 가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 필요하지 않은 쓰레기를 (구매하기) 위해 중국과 무역 적자에 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인들이 누려온 값싼 중국산 제품을 불필요한 물건으로 규정하고서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게 당장 오르는 가격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비난하며 물가 하락과 경제 번영을 약속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도 연일 대통령과 비슷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달걀 가격 급등과 관련해 미국인들이 뒤뜰에서 닭을 기를 수 있다고 했으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CBS뉴스 인터뷰에서 지속적인 번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기 침체를 겪을만한 “가치가 있다”고도 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지난 3월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저렴한 제품 구매는 아메리칸드림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중이 이런 메시지에 긍정적으로 호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참모를 지낸 마크 쇼트는 “반응이 좋을 것 같지 않다”면서 “특히 대통령이 가상화폐로 수십억달러를 벌면서 미국인들에게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용품을 줄이라고 요청하는 게 시각적으로 (납득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은 “억만장자들이 ‘확실하지 않고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위해 생활 수준을 낮추라’고 하는 게 대부분 미국인의 귀에 어떻게 들릴지 상상조차 못 하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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