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관세폭탄’ 이후 첫 양자 협상 타결… “향후 더 많은 국가와 합의 이어질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5월 8일(현지시간) 영국과 ‘포괄적’ 무역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초 미국이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 10%의 ‘기본관세’와 70여 국가에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첫 번째로 체결된 무역 합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 소셜을 통해 “영국과의 합의는 완전하고 포괄적인 것으로, 향후 수년간 미국과 영국의 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랜 역사와 동맹 관계로 인해 영국이 첫 번째 발표 대상국이 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현재 심각한 협상 단계에 있는 다른 많은 합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백악관 타원형 집무실에서 오전 10시(동부시간)에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루어졌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날 런던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국과의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며, 오늘 중으로 그 결과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5% 철강·자동차 관세 완화하고 디지털세 조정… 기본 10% 관세는 유지
합의의 전체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에 부과했던 25%의 철강과 자동차 관세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대신 영국은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에 부과하던 디지털세 부담을 줄이고, 더 광범위한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발표에서 거의 모든 수입품에 부과한 10% 기본관세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 앨런 몽크스는 “이번 합의는 큰 틀에서 광범위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조건 합의’에 가깝다”며 “세부 사항은 향후 추가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가들 “90일 휴지기간 내 모든 국가와 무역협상 타결 어려워”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후 미국과 글로벌 시장은 급격히 하락했으며, 이후 행정부는 90일 유예기간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짧은 기간 안에 모든 국가와 무역협상을 타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행동포럼의 무역정책 분석가 제이콥 젠슨은 “지금까지 90일 관세 유예 기간의 약 25%가 지났으나, 일반적인 무역협상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이 걸리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 무역대표부가 90일 안에 잠재적으로 100개 국가와 개별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는 어려우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모든 국가와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유지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첫 임기 중 캐나다, 멕시코와 USMCA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나, 이번 임기에서는 이를 사실상 폐기하고 두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시장 반응과 글로벌 영향
영국과의 무역 합의 소식에 금융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다우존스 선물은 약 400포인트(0.9%) 상승했으며, S&P 500 선물은 1.1%, 나스닥 선물은 1.5% 상승했다. 영국 FTSE 100 지수도 무역 소식과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발표 이후 0.3% 상승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 영국의 무역 관계뿐 아니라, 글로벌 무역 전쟁의 향방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인도, 영국, 한국, 일본 등과 ‘진전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주말에는 미 재무장관과 무역대표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 측 당국자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전 세계 경제학자들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은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월가 경제학자들은 이로 인해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어, 이번 영국과의 합의가 무역 갈등 완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