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법조인” 외피 쓴 충성파 중용…폭스뉴스 간판 진행자, 핵심 법무요직 차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신의 오랜 지지자이자 폭스뉴스 간판 진행자였던 지닌 피로(Jeanine Pirro) 전 판사를 워싱턴 D.C. 연방검사장에 임시 임명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핵심 법무 요직에 충성파를 앉히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피로는 뛰어난 법조인이자 수십 년간 법 집행에 헌신해온 인물”이라며 “그녀의 풍부한 경험이 워싱턴 D.C.의 안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지명했던 에드 마틴 후보가 상원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낙마한 후 대안으로 이뤄졌다. 마틴은 검사 경력이 전무하고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 연루자들을 옹호한 점 등이 논란이 되어 지명이 철회됐다.
피로는 1990년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최초 여성 판사로 임명된 후 3선 카운티 검사장을 지냈으며, 특히 미국 최초로 가정폭력 전담부서를 신설해 주목받았다. 2006년부터는 폭스뉴스에서 ‘저스티스 위드 저지 지닌’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최근까지 ‘더 파이브’ 공동 진행자로 활동했다.
정치권에서는 마틴과 달리 피로가 실제 법정과 검사 경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자격 논란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피로는 2020년 대선 조작설 등 허위 주장을 방송에서 반복해 폭스뉴스가 도미니언 투표시스템으로부터 고소당하는 데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 D.C. 연방검사장은 미국 수도에서 발생하는 연방 범죄를 기소하는 역할을 하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다루는 중요한 자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핵심 요직에 자신의 충성파를 앉히면서 향후 주요 정치·법률 사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피로는 즉시 폭스뉴스를 떠나 연방검사장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임시직으로 임명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상원 인준을 거쳐 정식 임명을 추진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지닌 피로와 에드 마틴 비교
항목 | 지닌 피로 | 에드 마틴(전임 지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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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경력 | 전 판사, 3선 카운티 검사장 | 검사·변호사 경력 없음 |
언론 경력 | 폭스뉴스 진행자, ‘더 파이브’ 공동 진행 | 보수 운동가 |
트럼프와 관계 | 오랜 지지자, 방송·개인적 친분 | ‘스톱 더 스틸’ 운동가 |
임명 배경 | 상원 공화당의 마틴 반대로 대체 임명 | 공화당 내 지지 상실 |
주요 논란 | 2020 대선 허위 주장, 소송 연루 | 1.6 사태 연루자 옹호 |
정치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 조직에 자신의 측근을 대거 기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피로의 임명은 법적 경험과 충성심을 동시에 갖춘 인물을 중용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미 민주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충성도를 전문성보다 우선시하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비판했지만, 공화당은 “피로의 풍부한 법조 경험이 연방검사장 역할에 적합하다”며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