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의장 “더 빈번하고 지속적인 공급 충격에 직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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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세계 경제가 ‘공급 충격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파월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준 주최 연구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더 빈번하고, 어쩌면 더 지속적인 공급 충격의 시기로 진입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는 경제와 중앙은행 모두에 어려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 충격의 본질과 위협
공급 충격이란 원자재, 부품, 노동력 등 경제의 공급 측면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발생해 생산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무역 분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부과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인상했고,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 10% 이상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세기 만에 최고 수준인 27%까지 치솟았다.
“관세는 부정적인 공급 충격과 같다”라고 파월 의장은 지난달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언급했다. 그는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동시에 일자리가 감소하고 성장이 둔화된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 변동성 확대 우려
특히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장기 실질 금리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은 향후 인플레이션이 2010년대보다 더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급 충격이 반복되면 인플레이션이 더 자주, 더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이 미국 가계당 연간 평균 1,200달러(약 165만원)의 추가 부담을 안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GDP를 0.7% 감소시키고 2026년까지 시장 소득을 1.2%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통화정책 딜레마
공급 충격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을 어렵게 만든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고용 유지라는 두 목표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준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는 이중 책무 목표가 긴장 관계에 있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파월 의장은 언급했다. 이는 실업률을 낮게 유지하고 물가도 안정시켜야 하는 연준의 목표가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미네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은 “관세가 향후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과 장기적 인플레이션 기대치 유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경제가 약화되더라도 금리 인하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영향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
미국의 관세 정책과 공급 충격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수출국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등 제3국 우회 수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티 리서치의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충격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예상된다”며 2026년 말까지 현재 2.75%에서 1.25%까지 총 150bp의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재검토
연준은 2020년 이후 5년마다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이번 컨퍼런스는 정책의 큰 틀을 다시 점검하는 자리였다. 파월 의장은 “2020년 이후 경제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며, 앞으로 수개월 내 통화정책 결정문에 대한 구체적 변경 사항을 검토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파월 의장은 “더 크고, 더 빈번하거나, 더 다양한 충격이 있는 시기에는 효과적인 소통이 경제와 전망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연준이 기존의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AIT) 등 정책 프레임워크를 변경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파월 의장의 공급 충격 경고는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 더욱 복잡해질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이러한 변화에 대비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