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등록 절차, 시니어 세대엔 높은 ‘진입 장벽’
젊은 유권자들 “등록 쉬웠다”… 세대 간 정보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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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재외선거가 20일 시작된 가운데, LA 총영사관 투표소에서는 첫날부터 등록 절차에 대한 혼선으로 일부 한인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오전 11시 30분경 LA 총영사관 투표소에서 두 명의 시니어가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투표소를 빠져나왔습니다.
이들은 매 선거마다 유권자 등록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투표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지난 대선에도 참여했으며, 이번 투표를 위해 라미라다에서 한 시간가량 운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민은 “군 시절 대구에서 훈련을 받고 압록강까지 갔던 사람인데, 국가를 위해 헌신했음에도 복잡한 등록 절차 때문에 투표조차 못 하게 되니 나라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재외선거의 유권자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국외부재자는 국내에 주민등록이 있는 사람으로, 선거 때마다 국외부재자 신고를 해야 합니다.
재외선거인은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으로, 별도의 선거인 등록을 해야 투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절차와 용어가 일반 유권자,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는 지나치게 어렵고 접근성이 낮다는 데 있습니다.
LA총영사관 정광식 재외선거관은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영구 명부에 자동 등록된 줄 아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 주민등록이 남아 있다면 매번 선거 때마다 국외부재자 신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선거관은 “차후 비슷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선거 종료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국회에 제도 개선 건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젊은 유권자들은 투표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반응입니다.
로마린다에서 온 주의종 씨는 “불편함 없이 빠르게 투표를 마쳤다”며, 등록도 “아내가 손쉽게 완료했다”고 말했다.
얼바인에서 온 한인 교환학생 마크 씨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찾고 등록했다”며, “주변 교환학생들도 대부분 스스로 검색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우스베이에 거주하는 이미주 씨는 “1시간 운전 후 20분 넘게 걸어서 왔지만, 투표는 매우 간편했다”며, “미래를 바라보고 소통할 줄 아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온라인 중심의 사전 안내가 시니어 세대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재외국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재외선거이지만, 복잡한 등록 체계와 낮은 정보 접근성은 시니어들에게는 여전히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는 2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재외선거가, 보다 포용적인 유권자 접근성을 위해 어떤 교훈을 남기게 될지 주목됩니다.
한편, 미국 내 등록 유권자 5만1천885명 가운데 가장 많은 유권자가 등록한 지역은 LA로, 총 1만341명이 등록했습니다.
이번 대통령 재외투표는 LA와 OC를 포함해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진행되며, 오는 25일까지 6일간 이어집니다.
라디오서울 강채은 기자 | chasekarng@radioseoul165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