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회담 중 이례적으로 관련 동영상 상영하며 정식 문제제기
라마포사 대통령 “정부정책에 의한 것 아냐…우려사항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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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 내 백인 농민에 대한 ‘집단학살’ 의혹을 직접 언급하며 관련 사진과 문서까지 공개해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근거 자료 제시하며 ‘백인 농민 박해’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남아공 정부가 백인 아프리카너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토지 몰수 정책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례 없는 장면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조명을 어둡게 한 채 TV 모니터를 통해 관련 영상을 재생하고, 백인 아프리카너 농민들에 대한 폭력적 공격을 담은 것이라는 뉴스 기사들을 들어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남아공을 떠나고 있다”며, “그들의 토지가 몰수되고 많은 경우 살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남아공에 대한 모든 미국의 원조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최근에는 59명의 백인 남아공인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남아공 정부·전문가 “사실무근…오해 바로잡겠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는 “남아공 토지 몰수법은 활용되지 않는 땅을 공익 목적으로 재배분하기 위한 것이며, 특정 인종을 겨냥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백인 학살 의혹이 “정부 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당신과 미국을 걱정하게 하는 이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에 앞서 미-남아공 관계 리셋(재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국 사이에 더 많은 무역을 진전시키고 투자 촉진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남아공 정부는 백인 농민에 대한 조직적 박해나 집단학살은 없으며, 남아공 내 살인 피해자의 대다수가 흑인 남성이라는 통계 자료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남아공 농장에서 살해된 225명의 희생자 가운데 101명은 농장에 고용된 전현직 노동자로 대부분은 흑인이었으며, 백인 농부는 53명에 불과했습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에서의 회담 전 “모든 남아공인은 여기에 집단학살이 없다는 것을 알고 동의한다”고 강조했으며, 이번 방미를 통해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바로잡고, 양국의 전략적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는 또 “우리에게는 당신들의 경제 성장에 동력을 공급할 핵심 광물들이 있다”며 “우리는 희토류를 포함해 핵심 광물과 관련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남아공에서 백인 농부가 박해와 살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지난 3월에는 주미 남아공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추방하기도 했다.
아울러 모든 난민 수용을 중단한 가운데 유일한 예외로, 남아공 아프리카너(Afrikaners·17세기 남아공에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후손) 백인 49명을 난민으로 받아들여 정착을 돕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