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애인 6,800만 명 의료보험 예산 자동 삭감 우려… “가장 취약계층 공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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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에서 논의 중인 공화당의 대규모 감세 및 이민법안이 향후 10년간 메디케어(노인·장애인 건강보험) 예산에서 약 5,000억 달러(약 680조 원)를 삭감할 수 있다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충격적인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One Big Beautiful Bill Act’로 불리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내 약 6,800만 명의 노인과 장애인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핵심 프로그램인 메디케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PAYGO 법에 따른 자동 삭감 메커니즘
이같은 대규모 삭감이 예상되는 배경에는 미국의 ‘PAYGO(지출상쇄)’ 법이 있다. CBO는 이번 감세법안이 10년간 연방 재정적자를 2조 3,000억 달러 늘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PAYGO 법에 따르면 재정적자가 늘어날 경우 자동적으로 예산 삭감이 이뤄지도록 규정되어 있다.
메디케어의 경우 연간 예산의 최대 4%까지만 삭감이 가능하며, 이에 따라 2026년 약 450억 달러, 2027~2034년까지 총 4,900억 달러의 삭감이 예상된다고 CBO는 분석했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 악화 우려
삭감이 현실화될 경우 메디케어 수혜자들이 겪을 피해는 광범위하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저하되고 본인부담금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병원과 의료진들이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아예 메디케어 환자 진료를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간보험과 연계된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가입자들의 경우 치과, 안과, 청력 등 부가혜택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료 사기·낭비 방지 예산까지 삭감 대상에 포함되어 오히려 보험료 인상과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취약계층에 대한 전면 공격”
미국 은퇴자연맹(Alliance for Retired Americans)의 리처드 피에스타 사무총장은 “이 법안은 노인과 장애인 등 미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전면적 공격”이라며 “품질, 접근성, 의료비 부담 등 모든 면에서 심각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공화당 내부 갈등과 정치적 딜레마
흥미롭게도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사기와 낭비만 줄일 뿐,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실질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법안 내용과 CBO 분석 결과는 이와 다르다.
당내 강경파는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추가 삭감까지 요구하는 반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초부유층과 대기업 감세를 위해 서민 복지 예산을 희생시키는 무책임한 법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삭감 방지 가능성은 남아있어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삭감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PAYGO에 따른 자동 삭감은 의회가 예산 규칙을 변경하거나 백악관이 법안의 재정적자 효과를 무시하도록 지시하는 등 정치적 조치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실제로 양당 모두 유권자 반발을 우려해 삭감 실행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법안 자체가 가진 위험성과 노인층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는 간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의 이번 논란은 감세 정책과 복지 예산 사이의 딜레마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며, 향후 정치적 협상 과정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