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승리’ 외쳤지만 지지율 주춤
계엄 선 긋고 폭넓게 연대 노력했나
극우의 토양 된 혐오∙차별 배격해야
대선 후반 지지층이 결집하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50% 밑으로 떨어졌다(한국갤럽 45%, 리얼미터 46.6%).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는 조사도 나왔다. 내란 수괴 피고인이 영화를 보며 활보하는데 보수 결집이라니. 그러나 공동체에 더 중요한 질문은 이 후보는 왜 탄핵 반대 표심조차 흡수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이 외쳐온 ‘압도적 승리’는 내란세력을 배제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모든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모은 결과여야 했다. 과연 이 후보는 계엄에 단호히 선 긋고 연대해야 할 이들의 손을 잡았던가.
이 후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란다. (…) 돌아오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며 손 내민 대상은 계엄 옹호 궤변을 일삼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었다. ‘이미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찬탈할 정권이 있냐’던 그를 “통합의 정신을 잊지 않는 진정한 정치가”라고 칭송하니 ‘김대남 묻지마 영입’ 소동도 일었을 것이다. 보수와 광폭 통합을 하려거든 계엄 해제에 힘 보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여야 마땅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는 ‘단일화 여부’보다 ‘약자 혐오를 전술 삼는 포퓰리즘 정치의 책임’을 물어야 했다. 이 후보가 ‘혐오를 뭘 했냐’고 잡아뗄 때 여성들의 성범죄 불안을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 치부해 국가인권위가 혐오로 명시한 것, 전장연 시위를 “비문명”으로 규정하고 가중처벌 법안(일명 전장연 방지법)에 이름 올린 것, 집게손 그림이 ‘남혐’이라며 GS25 담당자를 징계받게 만들고 페미니스트 마녀사냥을 퍼뜨린 것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면 좋았겠다. 이런 약자 배제∙비하∙공격이 극우를 키운 토양이었음을 말했다면 더 좋았겠다.
민주당이 가장 먼저 손잡았어야 할 이들은 광장의 주역이었던 2030 여성일 터다. 그러나 성평등 정책 없는 10대 공약, 출산가산점 발언 등으로 비판받은 후에야 관련 정책을 발표했고, 그 내용은 문재인 정부 수준에도 못 미쳤다. 민주당 외곽 스피커라 할 김용민씨가 “(페미들은) 그냥 가만히 있으라”며 여성 표를 떨어뜨리는데,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군가산점제 부활 공약을 비판한 것으로 만회가 되려나 모르겠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고정 지지층에 소구할 사법부 개혁과 대법원장 특검∙청문회로 내달았다. 중도와 서울에서 이재명 지지율 하락이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진보와의 연대 또한 헐거웠다. 이재명 후보는 TV토론에서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기초연금 70만 원 인상도,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고용보험 확대 적용도 “바람직한데 재정 여건상 어렵다”고 했다. 재정확충을 위한 부자 감세 원상복구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유보” 입장을 밝혔다. 앞뒤 안 맞는 정책들을 나열만 하면 어쩔 것인가. 극우의 토양을 갈아엎으려면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도 “방향은 맞지만” 지금은 어렵다고 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민주당 안팎에선 견제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토록 신경 쓰이면 연립정부를 제안해 표를 합치면 될 것 아닌가.
마지막 TV토론에서 계엄 이후 만들어야 할 민주주의가 어떤 모습이며 “지금은” 무엇을 할 것인지 이재명의 비전을 명확히 보여주면 좋겠다. 그가 ‘내란 종식’을 앞세우면서 비전이 모호하고 논쟁을 회피하는 것이 애석하다. 압도적 승리는 ‘부자 몸조심’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진보부터 합리적 보수까지 광장에서 표출된 스펙트럼 넓은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쟁하고 절충하고 설득해야 한다. 생각의 차이를 용인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이번 선거의 의미여야 한다. 탄핵과 광장의 노고 이후 한국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고대한다.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