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조짐에 주택시장 ‘암울’… 전문가들 “전망 어렵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택 시장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로이터]

불확실성에 시장 ‘관망세’ 짙어져

무역전쟁 여파에 주택 착공 급감

경기 반등 없으면 둔화세 장기화

경기 둔화 조짐이 주택시장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 부동산 개발업자, 주택 구매자, 경제 전문가 등 주택 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주택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초부터 경제가 위축세로 돌아선 가운데, 기준금리와 모기지 이자율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증시 변동성과 소비자 신뢰도 하락까지 겹치며 주택 매수세는 점차 위축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무역전쟁 여파로 주택 신축 및 리모델링 비용이 급등하면서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경제 불확실성이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자세히 분석했다.

▲ 불확실성에 ‘관망’ 모드 전환

‘전국주택건설업협회’(NAHB)의 로버트 디에츠 수석 이코노미스트 “시장경제는 가격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작동하는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클 경우 소비자들은 결정을 미루는 ‘관망’ 모드로 돌어선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나타난 경제 불확실성이 주택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은 일반 가정에서 가장 큰 자산이자 투자 대상이다. 집을 사고파는 결정은 인생에서 가장 큰 재정적 판단 중 하나로, 대부분의 가계 예산은 월 주택 임대료나 모기지 페이먼트 계획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경기 둔화에 따른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실물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 무역전쟁 여파로 주택 착공 감소

주택시장 경기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택 매물 수나 리스팅 가격 변화를 통해 전반적인 경제 흐름을 가늠하고 일반인들은 주택의 가격과 구입 여건 등을 통해 현 경제 상황을 체감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주요 경제 지표들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주택시장의 흐름을 통해 경제 상황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주택시장 지표는 나쁘지 않다. 연방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신규 주택 판매는 전달 대비 7% 이상 증가하며 작년 9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남부와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주택 판매가 크게 늘었고, 3월 중 국채 금리 하락에 따라 모기지 금리가 일시적으로 떨어진 틈을 타 신규 주택 판매와 주택 소유주들의 재융자 신청도 증가했다.

반면, 3월 기존 주택 판매는 2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며 전달대비 약 6% 감소했다. 이는 전통적인 ‘봄 성수기’임을 감안할 때 비교적 큰 폭의 하락이다. 같은 달 건설 부문 지출 규모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11% 넘게 급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인력난이 신축 주택 공급 감소 원인으로 분석했다.

▲ 주택 공급난 심화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여파로 건축 자재 비용이 급등하면서, 주택 건설업계의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NAHB와 웰스파고가 공동 조사한 ‘주택시장지수’(HMI)에 따르면, 트럼프 재출마 이후 반등했던 주택 건설업계 심리가 새 정부 출범 후 오히려 꺾이는 추세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주택 건설업체의 약 60%는 “자재 공급업체가 이미 자재 가격을 인상했거나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라고 관세 정책이 건설업계이 미치는 상황을 전했다. 건설 업계는 관세 부담으로 인해 신축 주택 한 채당 평균 약 1만1,000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비용 상승 현상은 바이어와 세입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임대 주택 매물 정보 서비스 업체 ‘아파트먼트리스트’(Apartment List)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 임대료는 최근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집값도 오름세를 지속 중이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3.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전쟁 여파로 주택시장이 흔들리자 ‘모기지은행업협회’(MBA)는 올해 기존 주택 및 신규 주택 판매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MBA는 특히, 단독주택 신축 건수가 향후 2년간 연간 100만 건 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는데, 현재 부족한 주택 공급량이 200만~450만 채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주택 신축 감소 현상은 주택 공급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 경기 회복 없으면 주택 시장 흔들릴 수도

‘연방준비제도’(Fed)가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가까스로 잡았지만, 글로벌 무역전쟁 움직임이 다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주택 시장에는 빨간 불이다. 최근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2022년 초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초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경제를 위축시켰던 시기다.

경제전문가들과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고용 시장 둔화나 기업들의 투자 축소가 본격화할 경우,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경기침체의 여파를 가장 먼저 받는 부문이다. 실업률이 오르면 가계의 모기지대출 상환 능력이 흔들리면서 대출 연체와 주택압류가 속출할 위기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주택 시장의 기초 체력이 과거에 비해 견조해졌기 때문에 경기 침체 여파에 견딜 여력을 갖춘 것으로 보는 경제 전문가도 많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주택 거래 중 약 3분의 1은 현금 거래로 이뤄졌기 때문에 주택 가격 하락에 대비할 능력을 어느정도 갖추고 있다. 대형 주택 건설업체들은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건축 자재를 고정 가격에 확보해둔 상태로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한 상태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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